5·18조사위 '언론인 해직사건' 자료집 발간

80년해직언론인협 "80년대 굴곡진 언론사 한 단면 보여준 자료"
"보안사 자료 그대로 옮겨 실은 건 매우 유감"

국무총리 산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8월28일 ‘5·18민주화운동 관련 언론인 해직사건 조사 자료집’을 발간했다.

460쪽에 이르는 해당 자료집엔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 참상의 진실 보도를 요구하며 검열 및 제작거부로 맞서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그해 8월 전후로 강제해직된 언론인 304명의 명단이 당시 소속사와 부서, 해직사유와 함께 실렸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발간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언론인 해직사건 조사 자료집' 표지.

국가기록원 소장 정부 문서들을 총망라해 전두환 신군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수립·시행했던 각종 ‘작전 계획’도 수록돼 있다. 자료집에 따르면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3월 보안사 정보처에 ‘언론조종반’을 설치했다. 보안사 언론조종반은 곧바로 각 언론사 정치·사회부장급 이상 중진 94명에 대한 비밀접촉 및 회유공작계획인 ‘K-공작계획’을 수립해 전두환에게 보고했고, 이후 접촉을 통해 이들의 정치 성향(민주화 또는 안정), 3김씨(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등을 파악해 등급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자료집엔 당시 전두환 사령관 서명이 기재된 결재문서인 ‘언론조종반 운영계획’ 외에도 회유공작 대상자, 검열 세부지침, 보도통제지침 통고조치 결과보고, 일선기자 반발에 따른 당면 언론 대책, 언론계 불온용의자 정보 입수보고, 광주소요사태 중진언론인 국민계도 유도계획, 정화대상 및 추천 대상 인원현황, 국시부정 언론인 출국보류 건의, 언론인 정화결과보고 등 당시 언론 탄압의 역사적 실체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나와 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80년해언협)는 해당 자료집에 대해 “1980년대 굴곡진 우리 언론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며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거머쥐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됐던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마치 대규모 군사작전을 하듯 대 언론작전을 한 내용들이 정부 문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자료집 발간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제해직 언론인 명단의 경우, 당시 보안사가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했는지조차 명확치 않은 자료를 그대로 옮겨 실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하며 “또한 이유를 불문하고 80년에 일괄적으로 강제해직됐던 중앙지의 지방주재 기자들, 80년말 전두환 신군부가 언론 통폐합을 악용해 '제작거부 잔존세력'으로 정리해고된 기자들의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한종범 80년해언협 상임대표는 “특히 보안사 요원들이 수기 작업으로 쓴 부정확한 해직 사유 '딱지'를 아무런 분석, 해석도 없이 자료집에 그대로 옮겼다”며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언론인 강제해직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그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강제해직 피해 언론인들에 대한 국가의 진심어린 사과,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 강제해직기간에 대한 실질적이고 합당한 배·보상이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6월26일, 4년 6개월간의 공식 활동을 마친 5·18조사위는 이날 종합보고서와 함께 언론인 해직사건 조사 자료집을 포함한 6권의 자료집을 배포했다. 보고서와 자료집 등 5·18조사위가 발간한 모든 책자는 5·18조사위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5·18조사위는 “홈페이지 운영이 종료되는 9월9일 이후에도 자료 접근이 가능하도록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협의해 해당 홈페이지에도 등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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