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여성기자들이 자사 논설위원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회사 대응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과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성희롱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의혹 보도 후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별다른 조치나 설명이 없으면서 내부에선 지속 회사 대응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이어져왔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5일자 조선노보에서 여성기자 60여명이 소속된 조선일보 여기자회가 지난 2일 긴급 총회를 열고 우려와 비판, 대책 논의에 나선 모습을 전했다. 19명이 참석한 이날 총회를 두고 조선일보 노조는 “과거 사내 성비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부 여기자회 회원들이 사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기자회 다수 회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혹이 보도된 지 열흘이 넘도록 회사가 조사 절차와 향후 계획을 제대로 내부에 알리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노보에 적었다.
이날 여성기자들은 “회사가 이번 사태에 대해 의혹 없이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구성원 누구나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을지 우려된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A 기자는 노보에서 “해당 논설위원이 불쌍하다는 식의 발언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유야무야 넘어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회사의 성비위 대처에) 전혀 기대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징계에서 나아가 사내 전반의 문화 쇄신을 촉구하는 제언도 있었다. B 기자는 노보에서 “직접적인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사내 성비위 발언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번 기회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C 기자는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재발방지를 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비위 뿐 아니라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언행에 대해 상시적으로 회사에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이번 사태를 조직문화 변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 제시됐다.
이번 사태 조사나 향후 대처와 관련해선 자체 조사를 넘어 수사의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D 기자는 노보에서 “회사 내에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진상 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발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번 사태는 향후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가 어떻게 대처할 지를 결정할 잣대가 될 중대한 사례”라고 했다. E 기자는 “수사 의뢰가 주는 대내외적 메시지가 분명할 것”이라며 “우리가 내부 정화 작용이 고장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남녀 구성원이 동등한 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임을 우리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8월21일 ‘논설위원 성희롱’ 의혹을 전한 보도가 나오고 약 2주가 흘렀지만 별다른 조치나 조사진행에 대한 설명, 입장 발표가 없으면서 조선일보 내부에선 이 같은 비판이 이어져왔다. 총회가 열린 이날 조선일보는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향후 조사 절차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해당 논설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나 수위가 결정된 자린 아니었다. 회사는 추후 논설위원을 징계위원회에 출석시켜 조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