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을 지낸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최 이사장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대표 출신으로서 이 단체가 제기한 방송 심의에 참여해 반복적으로 중징계를 내렸다.
권익위는 최 이사장을 조사한 결과 선방위 업무에 이해충돌이 있었다고 보고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건을 이첩했다. 방심위 노조는 2월 최 이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선거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방위는 방심위가 위원들을 선임하고 업무를 지원한다.
최 이사장은 공언련에서 방송심의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알면서도 심의 업무 회피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공언련은 매주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방송들을 모니터링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이를 방심위에 심의민원으로 제기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1월 선방위 회의에서 “제가 (지난해) 10월과 이번 1월까지 여섯 번에 걸쳐서 모니터 보고서를 가져왔는데”라거나 “방송 주제와 관련해서 저희가 모니터한 바에 의하면”이라고 발언하는 등 공언련의 모니터 활동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공언련은 최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대표직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이해충돌방지법에는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재직한 법인 또는 단체”를 ‘사적이해관계자’로 본다. 현직 공언련 대표가 아니더라도 이 단체에서 제기한 심의 민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회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최 이사장과 함께 신고된 권재홍 전 선방위원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권 전 선방위원은 당시 공언련 이사장이었다. 하지만 권익위는 최 이사장과 달리 권 전 선방위원은 특별히 의심스러운 발언 내용을 회의록 등에서 찾기 어려워 이해충돌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 전 선방위원은 공언련이, 최 이사장은 국민의힘이 추천해 위촉됐다.
사건을 이첩받은 방심위는 추가 조사를 거쳐 60일 안에 과태료 처분을 법원에 요구하는 등 조치 결과를 권익위로 알려야 한다. 최 이사장에게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최 이사장에 대한 이해충돌 위반 판단은 선방위 제재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역대 선거 때마다 구성된 선방위 중 가장 많은 30건의 징계를 내려 법정제재를 남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송사들이 이 가운데 19건의 제재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효력이 정지된 상태로 본안심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