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12·3 내란 사태를 두고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유시민 작가가 토론했다. 손석희 앵커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두 토론자는 비상계엄과 일련의 사태에는 상반된 평가를 했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정치적 반대파와 공존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설 당일인 29일 저녁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비상계엄 이후 급변하는 정치 상황을 주제로 홍 시장과 유 작가가 100분 동안 생방송으로 토론했다. 지난해 7월과 8월 방송 이후 6개월 만에 새롭게 돌아온 <손석희의 질문들>은 이날 설 특집을 시작으로 10부작을 예정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밤 방송된다.
이번 토론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MBC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5일부터 이틀 동안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응답자의 58%가 ‘위헌적인 중대 범죄’라고 답했고 39%는 ‘합헌적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답했다. 계엄 사태 직후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여론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계엄을 한 절박한 사정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국민이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일삼고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국회 권력을 쥐고 폭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계엄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내란죄는 되지 않고 탄핵소추는 과했다고 주장했다.
유 작가는 “헌법 파괴에 대한 논쟁을 정치적 호불호로 전환하는 데 여권에서 일정 부분 성공했다”며 “그 성공이 실제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죄 피의자들과 국민의힘이 법적, 정치적 궤변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했고, 이들이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해 과대표집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언론이 보수 세력의 선전에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일련의 사태를 제대로 보도했는지 등 주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듯 장시간 토론 상대방이 아니라 방청석을 향해 힘줘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구속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침입한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6%가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고 32%가 ‘선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손 앵커는 응답 결과를 제시하며 두 출연자에게 “성숙한 민주주의와 그렇지 않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다.
홍 시장은 “자기 진영 사람은 도둑이라도 오케이 하는 진영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저런 결론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집단적 광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독일에서는 양극단 정치세력을 배제하고 온건한 보수와 진보파가 민주주의를 지키려 대연정을 이룬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주주의가 무엇이냐는 손 앵커 질문에도 두 출연자는 답을 같이했다. 유 작가는 “(서로 다른 정치 집단이)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기술이 민주주의”라며 무장군인을 국회에 투입한 이번 계엄을 가리켜 “그러니 이번 내란 사태가 굉장히 불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도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지만 그 전에 소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협치를 내세웠다. 다만 “이 정권은 출범할 때부터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였다”며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립하다가 계엄 사태가 벌어졌다고 양비론을 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의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 동의한다는 응답은 38%였다. 홍 시장은 부정선거 증거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다며 경험적으로 개표가 조작될 가능성도 작게 평가했다. 유 작가는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적 의사표시일 뿐 진지하게 부정선거가 있다고 믿는 건 아닐 것”이라며 “정상적 사고능력을 가졌다면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된 직후인 15일 손편지를 통해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던 윤 대통령도 막상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서는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그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