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EBS 신임 사장으로 신동호 EBS 이사를 임명했다. 방통위 ‘2인 체체’ 의결 위법성, 신동호 이사를 둘러싼 당적 보유 의혹과 사장 내정설 등 여러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만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신동호 사장 임명 의결을 강행했다.
방통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신동호 이사를 EBS 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월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EBS 사장 공모에 나섰으며, 지원자 8명 전원을 대상으로 24일 면접을 진행했다. EBS 신임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오는 2028년 3월25일까지다.
다만 2023년 10월18일 방통위가 신동호 EBS 보궐 이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당 가입 여부를 전체회의 의결 이후에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 방통위의 EBS 사장 선임 정당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1조는 EBS 임원 결격사유로 정당법에 따른 당원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동호 보궐 이사 임명 당시인 2023년 10월18일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은 오전 9시30분 회의를 개회했고, 9시41분 비공개 회의로 전환해 보궐이사 임명을 의결했다. 회의는 9시45분 폐회했다. 25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가 이날 더불어민주당에 정당가입 이력 확인 공문을 발송한 시점은 전체회의를 마친 이후인 오전 9시57분이었다. 당일 오전 10시경 공문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은 ‘2인 체제 임명에 협조할 수 없다’며 해당 공문에 회신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같은 날 국민의힘에 신동호 정당 가입 이력 확인 공문을 발송해 “18일 오후 3시까지 회신해 주기 바란다. 기한 내 회신이 없는 경우 해당사항(정당 가입 이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당일 국민의힘은 당적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해당사항 없음”으로 회신했다. 이날 방통위가 국민의힘에 공문을 보낸 시간과 회신 시간은 나오지 않았지만, 방통위가 민주당에 공문을 보낸 시점과 같을 가능성이 크다. 결격 사유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방통위가 보궐 이사를 임명부터 한 건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기자협회보에 "보궐이사의 경우 별도 공모절차 없이 전체회의에서 추천부터 이사 임명 동의 결정까지 상임위원간 논의를 통해 정해진다"며 "따라서 결격사유조회는 의결한 보궐이사에 대해 이루어지므로 회의 이후 진행할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동호 이사는 앞서 20일 EBS 이사회에서 자신의 당적 보유 의혹에 대해 “당적 보유 기간은 두 달 정도 밖에 안 된다. 2020년 3월 당적을 갖고 4월에 끝냈다”며 “제가 EBS 이사로 올 때 검증이 다 됐고, 정리가 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EBS지부가 제기한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 건은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각하했다. EBS지부는 신동호 이사와 이진숙 위원장이 MBC 재직 시절 밀접한 업무 관계에 있었고, 퇴직 이후 정치 행보 및 주요 활동 방향 또한 유사해 이 위원장의 사장 선임 절차상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전날 기피신청을 냈다.
신동호 이사는 방통위의 사장 임명장을 수여받았지만, EBS 구성원 대부분은 신 이사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5일 EBS 보직 간부 50여명은 결의문을 내어 ‘2인 체제’인 방통위가 임명한 인사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더 강력한 대응과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명확히 선언한다”고 했다.
EBS지부도 이날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진행한다. EBS지부는 26일 조합원에 보낸 호소문에서 “2인 체제 방통위의 법적 한계는 이미 명확히 드러났다. 대법원은 2인 체제로 운영된 방통위가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선임 효력을 정지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며 “우리가 법을 무시한 인사를 받아들인다면, 교육기관으로서의 명분도, 방송사로서의 신뢰도 더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호 신임 사장은 199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MBC 아나운서국장 등을 지냈다. 2017년 10월 MBC 아나운서들에게 부당노동행위 등의 이유로 고소당하고 이듬해 정직 6개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 중 11명의 부당전보 인사에 직접 관여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후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MBC를 퇴사하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하기도 했다. 당시 ‘당선권’ 밖인 32번을 배정받아 여의도 입성엔 실패했다. 2023년 EBS 보궐 이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