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한 중앙일보가 지난 8년 간 디지털 전환 과정의 유의미한 성과를 공개했다. 특히 유료 플랫폼 ‘더중앙플러스’와 관련해 ‘월간 활성 방문자’(MAU)가 현재 220만명에 이른다는 점이 언급됐다. 현 시점 중점적으로 보는 의제로 ‘독자와 직접적인 소통 채널 복원’, ‘뉴스를 넘어선 토탈 경험 제공’ 등이 강조되기도 했다.
김영훈 중앙일보 모바일서비스총괄은 17일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의 세션에서 2022년부터 국내 대형 기성언론으론 유일하게 디지털 유료화를 시도 중인 소속매체의 그간 성과를 설명했다. 3년 간 205개 시리즈를 만들었고, 총 7200개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유·무료독자를 아우른 방문자 수는 4300만명에 달한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순사용자를 뜻하는 MAU의 경우 220만명이었는데, 이에 대해 김 총괄은 “네이버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MAU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주 2회 이상 방문하는 ‘반복 방문자’ 비율은 38%였고, 구독 종료 시점이 됐을 때 다시 구독하는 ‘재결제율’도 86%에 달한다고 했다.
일반 독자부터 구독자, 재구독자로 이어지는 ‘이용자 깔때기(funnel)’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나왔다. 한 달에 기사를 10개 이상 본 ‘활성 이용자’(Active Users), 구독 제안을 보고 구독한 ‘구독자’(Subscribed)', 첫 달이 지나 두 번째 정기 결제를 한 '재구독자‘(Renewed)’ 비율에서 중앙일보는 각각 14%, 1.5%, 73%를 기록, 해외 상위 25% 언론사에 약간 미달하는 수치를 올렸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종합적으로 보면 저희보다 경험이 많고 잘하는 해외 상위 25%에 비해 중앙일보는 부족한 상황”이라면서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기죽을 정도는 아니라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액티브 유저 수치를 보면 한 달에 기사 10개 이상을 보는 방문자 수는 해외가 6%, 저희가 14%인데 이는 여전히 한국 독자 중 로열티가 높은 액티브 유저들이 많이 있다는 신호”라며 “이들에게 유료 구독 경험을 자꾸 주기만 하면 이 이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다른 언론사들이 같이 유료화에 대해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체 플랫폼에서도 성과로 볼 수 있는 결과가 있었다. 그간 콘텐츠에서 ‘공유’가 23만건, ‘하이라이트’가 11만건, ‘북마크’가 8만건이었다. 김 총괄은 “주목하고 있는 건 북마크인데 유료 구독 서비스에 봤던 콘텐츠를 내가 계속 간직하면서 다시 볼 거야란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것들을 더 늘리려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텐트폴 콘텐츠, 매출 8배 효과”
콘텐츠 페이월 전환 시 ‘콘텐츠 경쟁력’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케이스도 소개됐다. 이날 공개된 그래프엔 유료화 이후 특정 콘텐츠들을 분기점으로 유료 구독이 널뛰듯 올라가는 곡선이 포함됐다. 기사를 읽다가 여기서부턴 ‘지불을 해야 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유료로 전환한 ‘다이렉트 경로’를 살핀 그래프다. 변곡점에 놓인 ‘텐트폴(기대작)’ 콘텐츠들은 2023년 초엔 ‘헬로페어런츠’, ‘머니랩’, ‘팩플’이었고, 2023년 말엔 ‘회고록’ 시리즈, 2024년 초엔 ‘임윤찬’ 시리즈, 2025년엔 계엄 관련 ‘심층 이슈 리포트’였다.
김 총괄은 “한 번 (급하게 상승해서) 뾰족해지고 나면 빠지긴 하지만 레벨이 한 번씩 올라가는 모양새다. 이 콘텐츠들의 특징은 회고록처럼 다른 곳엔 없는 희소한 콘텐츠, 임윤찬처럼 국내외적으로 큰 팬덤이 있는 콘텐츠, 폭발적 뉴스 소비를 일으킨 지난해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의 관심이 큰 콘텐츠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콘텐츠는 평균적인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인 결과를 내는데 기사당 구매 건수는 6~10배, 매출은 8배 이상의 효과를 준다. 다만 이런 텐트폴 콘텐츠를 준비하는 덴 많은 투자와 집중이 필요하고, 그게 있어야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다. 비슷하게 쓰는 것들을 조금 더 깊게 쓰는 걸로는 안되더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타깃 설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헬로 페어런츠’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 미취학 아동 양육자를 대상으로 돌봄과 교육, 가족관계, 라이프스타일 등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는 타깃 설정을 두고 깊은 고민을 했지만 현재 다른 연재물에 비해 2배 정도 유지 기간을 지니고 있다. 김 총괄은 “처음엔 입시 관련 교육 서비스를 해볼까 했는데 접었다. 거기엔 학원이라고 하는 절대 강자가 있었다. 그래서 비싼 우유, 유모차도 선뜻 사준다는 영유아 쪽으로 가봤는데 거긴 양육자들이 애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서 콘텐츠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게 미취학부터 초등 저학년 양육자인데 30대 여성이 이쯤이면 커리어에 복귀하고 자기와 아이에 대한 성장 욕구가 같이 올라와 열심히 뭔가를 본다. 그런데 시장엔 신뢰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보고 타깃을 정했다”며 “처음부터 타깃을 잘 정하고 지속가능한 시장으로 들어가야지 열심히 하면 잘될 거야라는 게 아니란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를 통해 ‘콘텐츠에서 나아가 그 이상의 경험을 주는 것’이 핵심이 됐다고도 부연했다. 실제 ‘헬로 페어런츠’는 콘텐츠 뿐 아니라 ‘온라인 컨퍼런스’, ‘부모를 위한 글쓰기 교실’, ‘연재물을 취사선택해 정리한 PDF 책’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고 직접 독자와 접하는 시도를 이어왔다. 김 총괄은 “한국시장에서 이제 단순히 기사나 텍스트, 영상, 콘텐츠 자체를 주는 것만으론 소비자 만족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콘텐츠는 기본이고, 다양한 토탈 경험을 줘야지만 유지가 되더라.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라고 했다.
“‘되는 콘텐츠’ 떡잎은 8주면 안다”
이날 세션 말미 김 총괄은 “이용자에게 디지털은 무한하지만 거기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겐 무한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또 어떻게 한쪽에 집중하느냐가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디지털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미디어는 특히 한국의 언론사는 디지털화 이후 독자와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지고, 연결이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연결을 복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지난 8년 간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중앙일보가 겪어온 시행착오나 노하우가 소개되기도 했다. ‘되는 콘텐츠와 안 되는 콘텐츠’를 언제 어느 시점에 판단하는지 현재 내부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 출범 후 8개월쯤 이에 대한 고민이 부상했고, 기 구축한 CMS와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기술 인프라를 일 속에 포함하며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김 총괄은 “그때까지 데이터를 열심히 돌려봤더니 8주까지의 결과가 중장기적인 성과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8주쯤에 우리가 ‘인앤아웃’을 판단하기로 하고 구독 관련 주요 지표를 설정, 그 시점에 싹수가 없으면 조기 폐지하고 대체로 잘하고 있는데 한두가지가 부족하면 그에 대해 개선 요구와 상세 리포트를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실제 한 팀에선 8주차에 두 가지 부분이 부족했는데 이후 팀에서 계속 가설을 세우고 콘텐츠를 바꾸고 노출 영역이나 유통 경로를 고민한 끝에 현재 저희가 ‘인앤아웃’을 판단한 기준점보다 훨씬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신문기사와는 다른 작법으로 쓰이는 스타일이 구독에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에 김 총괄은 “라이팅 스타일은 구독률에 영향을 준다. 콘텐츠를 읽다가 보면 페이월이 나오는데 이걸 넘어 구독을 할지말지를 결정할 때 그 앞에 어떤 얘기가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엔 요점 정리를 해보고, 목록을 넣기도 했고, 궁금증을 유도하는 형태도 해봤다. 그런 데이터 중 어떤 게 페이월을 넘어오는데 효과적인지 검토해서 그걸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콘텐츠 성격에 따라 늘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권유를 하되 콘텐츠 제작자가 판단해서 쓰고 있다. 페이월 위치도 중요해서 테스트 결과가 제일 나은 값을 기본으로 정해두고 조금씩 조정해 쓰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중앙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글로벌 미디어와 기술 혁신 기업 리더들이 ‘기술 혁신과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대담을 나누는 자리다. 첫날 일정은 ‘뉴스의 미래, 미래의 뉴스: 지정 생존자의 요건’을 주제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으며 컨퍼런스는 18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17일엔 그레고시 피에호타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수석연구원,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컨설팅 대표, 한나 포펄 뉴욕타임스 CDO, 와타나베 히로유키 니혼게이자이 신문 CDIO, 김영훈 중앙일보 모바일서비스총괄 등 국내외 뉴스 전문가들이 세션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