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펜과 수첩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지만 여전히 지필고사를 고집하던 언론사의 채용 절차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인공지능(AI) 감독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온라인 필기시험 도입이 대표적이다. 2021년 언론사 최초로 온라인 필기시험을 도입한 중앙그룹과 한겨레신문을 비롯해, 국민일보(2022년), 서울신문·SBS(2023년), 경향신문(2024년) 등이 이 전형을 시행 중이다.
언론사들이 온라인 필기시험을 도입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이 방식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시험장 대관이나 감독 인력 투입 등 행정적 부담이 적고, 악필로 인한 오독 없이 명확하게 답안을 채점할 수 있는 효율성 때문이다. 2023년 이 방식을 도입한 서울신문 측은 “입사 후 자필로 기사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격증 시험 등도 컴퓨터 기반 시험(CBT)이 대세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온라인 시험을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 이용료 탓이다. 한겨레는 “응시생이 늘수록 사용료가 증가하는데, 서류 접수자 전원에게 응시 기회를 주다 보니 오히려 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중앙그룹 역시 비용이 증가했다.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의 경우 “오프라인 대비 비용 변화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답했다. 비용보다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핵심 동력이 된 셈이다.
◇시험화면 실시간 공유… AI가 감독관
온라인 필기전형은 ‘모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응시생이 온라인 시험장에 접속하면 감독관에게 모니터 화면이 공유되고, 웹캠·마이크가 활성화된다. 외부 프로그램 접근은 즉각 차단된다. 또한 응시생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시험장 주변 환경을 촬영해 인증해야 한다. 시험 중에는 삼각대를 활용해 응시자의 양팔과 귀가 보이도록 측면을 실시간 중계해야 한다. 카메라가 꺼지거나 화면 공유가 중단되면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필기시험에 비해 허점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독관이 실시간으로 돌아다니는 현장과 달리, 카메라가 고정돼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를 활용해 부정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 준비생 A씨는 “사각지대에 외우기 힘든 상식 단어를 적어둘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언론사들은 사후 검증으로 부정행위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험이 시작되면 모든 수험생들의 전형 과정은 녹화되고, 전문 감독관과 언론사 관계자들이 수험생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동시에 AI감독관이 응시생의 시선을 추적한다. 시험이 끝난 뒤 시험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부서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부정행위가 의심될 경우 채점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신문사의 경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공유된 실시간 화면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는 수험생이 있었다”면서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니 사각지대에 태블릿PC를 두고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돼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동 부담 줄어” vs “공간 마련 어려워”
언론사에서 온라인 필기시험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과는 달리, 기자 준비생 사이에서는 온라인 필기시험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팽팽하다.
지방 응시생의 경우 온라인 시험으로 얻는 실익이 크다. 충청북도 제천에 거주하는 B씨는 서울에서 필기시험을 칠 때면 친구의 집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B씨의 집에서 서울 중심부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려, 첫 차를 타더라도 이른 아침인 입실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금액적인 부담 역시 줄었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상경 시험에 왕복 차비와 숙소비로 40만원을 썼는데, 온라인 시험은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낄 수 있다”고 반겼다.
반면 주거 환경에 따라 또 다른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숙사에 살거나 가족과 방을 같이 쓰는 응시생들은 사설 스터디룸을 빌려 시험을 치르곤 한다. 이 경우 시간당 7000~8000원, 시험을 한번 볼 때마다 3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동생과 같은 방을 사용중인 D씨는 “집에서는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환경인데, 가장 저렴한 방을 찾아서 예약을 하고는 있지만 매번 스터디룸에 가기는 금액이 부담스럽다”며 “청년센터나 도서관이 열지 않는 이른 시각에 시험을 봐야 해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시간이 넘는 신원확인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씨는 “신분확인을 하는 대기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을 최소화하면 수험생의 부담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의 경우 수험시간 단축을 위해 시험 도중 신분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필기시험 진행 중 녹화된 응시자의 정면 얼굴을 바탕으로 3차 실무전형에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다.
◇수험생 잘못 아닌데… 인터넷 끊기면 ‘실격’
기자 준비생들은 ‘비상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네트워크 오류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실격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난해 7월 온라인 필기시험을 본 E씨는 상식 시험을 치던 중 인터넷 연결 오류가 발생했다. 그 사이 시험 프로그램이 꺼졌고, E씨는 채팅 상담을 통해 이어서 시험을 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씨는 “현장 시험이었다면 상급자가 판단할 여지가 있었을 텐데, 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언론사가 기술적 오류에 대해선 재응시 등 구제 절차를 두고 있지만, 개별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까지 구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언론사와 응시생 간의 시각차가 존재하기도 한다. D씨는 “사전 테스트 등 언론사가 요구한 절차를 지켰는데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들이 전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언론사가 이러한 시험 방식을 도입한 만큼, 더 정교하고 공정한 구제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