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일간지 무등일보에서 일한 주재기자 3명이 ‘지대(신문 대금)’ 명목으로 낸 돈을 돌려달라며 이번 주 소송을 낸다. 한 달 전 무등일보 광산 주재기자로 근무한 L씨가 지대 계약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첫 집단 움직임이다. 비슷한 주재기자 제도를 운영하는 지역신문사들이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등일보 전 지역 주재기자 J씨 등 3명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내기 위해 한 법무법인과 소송 위임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법무법인은 이번 주 광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J씨는 “무등일보에 승소한 L씨와 일맥상통하다”며 “우리가 회사에 낸 지대는 무등일보의 부당이득금이니, 돌려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1인당 2억5000만원 규모다.
이들이 언급한 L씨는 최근 무등일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7단독 고상영 부장판사는 2월6일 무등일보에 대해 보증금 2000만원, 지대 명목으로 받은 1억8500만원, 광고수수료 5000만원 등 2억5500만원을 L씨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L씨는 무등일보와 맺은 지대계약은 무효라며 2024년 11월 2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15년 9월 무등일보 광산 주재기자로 일하며 보증금 2000만원과 함께 매달 일정 부수의 신문 대금을 무등일보에 납부하는 지대계약을 맺었다. L씨는 이렇게 2024년 2월까지 10여년간 총 1억8500만원을 지대 명목으로 냈다. 그는 또 자신이 수주한 광고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무등일보는 L씨에게 지급해야 할 광고수수료를 지대 명목으로 공제했다.
L씨는 “지대계약은 기자 근무 대가로 매월 일정 금액의 상납금을 내게 만든 구조”라며 그간 납부한 지대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L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지대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무등일보가 L씨에게 신문 판매부수와 지대를 설정하고, 광고수수료에서 지대를 상계 처리한 것은 신문 대금 부담을 강제한 것으로 봤다. 또 2000만원의 보증금에 대해선 지대 납입 이행을 강제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등일보가 가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문 구입과 지대 납부를 강제한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L씨는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지역기자 장사’는 없어져야 한다”며 판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열심히 활동하는 주재기자들이 많다”며 “판사님의 공정한 판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무등일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2월10일 항소했다.
광주에 본사를 둔 대다수 광주·전남 일간지들은 전남지역 22개 시·군에 주재기자를 고용하고 있다. 주재기자 자격 조건은 지대와 광고수수료를 본사에 납부하는 것이다. 월평균 지대는 300만원.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재기자들이 많은 이유다. 주재기자들은 자기 사업에 기자 명함을 활용하고, 신문사 입장에선 지대를 통해 회사 매출을 올린다. 이런 시스템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 지속됐다. J씨는 “주재기자의 80~90%는 자기가 직접 또는 친인척들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지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와 L기자처럼 취재활동만 하는 기자들은 지대를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법원이 주재기자 지대계약을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J씨는 “L씨가 1년 3개월만의 법정투쟁 끝에 승소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우리처럼 소송을 내려는 기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문사들은 사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재기자 시스템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결원이 생기면 주재기자를 뽑지 않거나 본사 기자를 지역에 파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몇몇 신문사들은 전남 동부권, 전남 서부권에 취재본부 사무실을 마련해 본사 기자들이 2~3개 시군을 맡고 있다. 광주·전남 일간지 한 간부는 “신문사별로 사정이 다 다르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지대계약에 기초한 주재기자 제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