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모는 기관차가 거침없이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종착역이 어딘지는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패권국 미국의 대통령이 보여주는 극도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신뢰 위기’의 본질이 되었다.
지난해 ‘8개의 전쟁을 끝냈다’면서 자신이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더니, 올해는 이란 전쟁을 일으키며 느닷없이 ‘전쟁 영웅’을 지향하는 듯 행동한다. 불과 8개월 전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위협을 제거했다고 공언했던 점을 상기할 때 이번 재공격의 명분과 전략적 근거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중동 전체가 전장이 되고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와중에 슈퍼 301조를 발동해 불공정 무역을 조사한다면서 동맹국들에 또 다른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한국과 일본에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요구하고 구체적인 투자 목록까지 작성하고 난 뒤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란이 결사 항전을 천명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뒤 ‘옥쇄작전’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는 물론 중국까지 5개 나라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이라크 전쟁처럼 미국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상황이 되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 전쟁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개전 이후 이란 내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대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열망이 억눌려지고 오히려 강경한 애국주의와 반미 정서가 결집하면서 ‘피의 보복’을 외치는 시위의 물결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중동전쟁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바람대로 초정밀 폭격에 기반한 단기전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전으로 갈 것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단기 결전’을 목표로 시작됐던 전쟁이 장기전의 수렁에 빠졌던 전례들은 조기 종전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이스라엘 총리인 네타냐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읽힌다. 러-우 전쟁의 여파로 시리아 내 러시아 영향력이 약화되고 방공망이 사라진 틈을 타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계산도 했을 법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큰 충격과 혼란에 빠뜨린 이 전쟁에서 그가 승자가 될지, 또 진정한 승리는 무엇으로 정의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과거 미국 행정부가 전쟁 수행 전 의회의 동의를 구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패싱과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독자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는 맹목적 충성파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독선을 방지하고 균형감을 유지해 최선의 안을 도출해야 할 전략가들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시스템과 리더십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트럼프 1기 때는 샤워할 때조차도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 유사시 대통령에게 적확한 조언을 해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던 매티스 국방장관과 같은 각료들이 있었다.
미국이 아무리 먼로주의를 다시 꺼내 들고 지역 패권주의를 외친다 해도 지금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과 그 여파에서 보듯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여전하다. 그런데 이 질서가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독단적 결정에 좌우될 때 그 파장은 전 세계적인 혼란으로 직결된다.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 방향을 잃어버린 리더의 행보는 리더십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승객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떨고 있다면 폭주 기관차는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