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YTN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 ‘범여권’ 이사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YTN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유정 사외이사의 사임 후 남은 이사들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최대주주 유진그룹과 이사진에 대한 내부 분노가 큰 상황에서 한국방송학회가 유진이엔티 후원으로 보도전문채널의 미래를 살피는 세미나를 예고하자 이를 재고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앞에서 오창익 YTN 사외이사(현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오 이사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시민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인권연대가 주최한 행사 장소 외부에 모인 이들은 “‘인권 운동가’를 자임하며 평생 정의와 인권을 외쳐온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최근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라며 “우리가 알던 인권 운동가는 이미 자본의 논리에 매몰된 ‘유진의 입’이 되어버렸다”고 개탄했다.
YTN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오 이사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유진그룹의 위법한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법성을 지적하며 유진그룹에 대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는데 오 이사가 “쫓아낼 방법이 없다”, “지분을 건드릴 수 없다”고 외부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등 “거짓 논리를 설파하며 사실상 유진그룹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는 비판이다. YTN지부는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구성원들의 노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인권 운동가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정의 관념조차 저버린 행위”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YTN 사외이사가 된 후 오 이사는 유튜브 ‘김용민TV’에 출연해 YTN 상황에 대해 발언했고 이후 구성원 반발이 잇따랐다. 오 이사는 방송에서 ‘유진그룹 최대주주 승인 취소’ 확정엔 수년이 걸리고, 지분 매각은 별개인 동시에 수천억원이 필요한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공기업더러 사라고 지시할 수도 없다. 공기업은 배임이 되고, 대통령은 직권남용이 된다”고 했다. 진보 진영 인사이지만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YTN이란 공공재를 방치할 수 없어 이사진에 참여하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급여는 많은데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얼마 안 된다, 얼마씩이라도 내서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노조 중심 우리사주조합이 유진 퇴출 투쟁에서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입사원 권한 제한 등 기존 직원들의 기득권이 보이는 구조’, ‘조직이 고였다’, ‘유튜브 구독자는 많지만 영향력이 없다’ 등 취지의 발언을 하며 내부 반발에 대해 “이질적 존재가 들어가니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럴수록 저는 사명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YTN지부는 성명에서 “YTN 구성원들의 급여를 운운하며 마치 구성원들이 사재를 출연하지 않아 민영화를 막지 못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이미 IMF 외환위기 당시 체불임금을 출자해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했고, 바로 그 주주 노동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생존권을 깎아 회사를 지켜온 노동자들에게 ‘돈을 내서 회사를 사라’고 조롱하는 것은 인권 운동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라며 “약탈적 민영화의 본질을 외면한 채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그의 모습은 자본의 앞잡이와 다를바 없다”고 덧붙였다.
범여권 출신 인사가 다수 포함된 YTN 이사회가 3월27일 새로 출범한 후 내부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앞서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을 사내이사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전 프레시안·한겨레 사외이사),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이상규 비즈마켓 이사회 의장(전 한겨레 사외이사) 등을 사외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YTN에선 ‘이사회 책임경영’이 선포되고, 이사회 산하 여러 위원회 구성, 조직개편 조치가 잇따랐고, 내부에선 ‘법원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유진그룹 최대주주 자격 승인 취소에 대한 유진그룹의 대응’, ‘유진그룹과 부역자들로 구성된 YTN 이사회가 YTN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란 비판 등이 나왔다.
이 가운데 이유정 사외의사가 최근 자진사임하며 이사회는 10인에서 9인으로 구성이 바뀌었다. YTN은 앞서 공지를 통해 이 이사가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민간 위원으로 위촉됨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가 배정된 민생분과위원회에서 방미통위 관련 규제 법령 심사를 하게 돼 이해충돌 여지를 고려, 사임이 불가피했다는 것이었다.
YTN지부는 “오창익 씨는 ‘사명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인권연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유진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행태는 인권운동 진영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인권의 가치를 더럽히지 말고, 즉각 YTN 사외이사직에서 사퇴하라. 당신이 머물 곳은 유진그룹이 장악한 이사회 회의실이 아니라 권력에 짓밟히고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방송학회가 유진이엔티 후원을 받아 기획 세션을 마련했다며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도 나왔다. 방송학회는 오는 18~19일 ‘2026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보도전문채널의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의 기획 세션에서 “지속가능한 보도채널을 위한 공공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논의한다.
YTN지부는 16일 관련 성명에서 “방송학회 측은 이번 세션과 관련해 유진이엔티로부터 후원은 받았지만, 학회가 자체적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변명일 뿐이다. 정기학술대회 기획 세션 대부분이 관련 업계 후원으로 마련된다는 건 학계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의 방송장악을 합리화하는 게 언론학자의 역할인가”라고 강조했다.
YTN지부는 ‘공공성과 상업성의 균형’이란 제목에 대해 “보도전문채널을 논하는 세션에서 느닷없이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가 내란 세력에 결탁해 불법적으로 YTN을 장악한 유진그룹의 지위를 합리화하기 위한 설정이란 게 너무나 명백히 드러난다”며 “지금 논의돼야 할 시급한 과제를 보도전문채널의 미래나 상업성이 아니라 내란 세력의 방송장악으로 무너진 방송의 독립성을 복원하고 바로잡는 일”이라고 밝혔다.
방송학회는 지난해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도 유진이엔티 후원 특별세션을 예정했다가 다수 우려와 비판 등이 제기된 후 취소한 바 있다. YTN지부는 “정기학술대회 세션은 단순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의제를 설정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공간이다. 학회의 권위가 고작 천박한 자본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며 학문은 권력을 비판하는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치부를 가리는 장식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방송학회는) 후원 특별세션 개최를 취소하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 사과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중략) 당장 멈추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에 대해 뼈아프게 성찰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