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언론은 한국을 '인삼'이라 부른다?

맥락 전하면서도 단어 간추리려 별명 사용
나라명 한자로 줄여 표기하는 한국 관습과 비슷

태국 신문의 국제면 헤드라인을 훑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인삼(โสม·솜)’, ‘생선회(ปลาดิบ·쁠라딥)’, ‘용(มังกร·망껀)’ 등이 그 예다. 이처럼 국제뉴스와 큰 관계가 없어보이는 말들이 지면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이 단어들이 가진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태국 언론은 기사 제목에 국가의 공식 명칭 대신 그 나라를 상징하는 별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인삼’이라 불리는데, 구체적으로 남한과 북한을 각각 ‘백삼’과 ‘홍삼’으로 나눠 부르기도 한다. 한반도의 특산물인 인삼이 워낙 유명한 데 더해, 태극기의 흰색 바탕과 북한 인공기의 붉은색 이미지를 각각 결합해 만든 것이다.

지난해 파주에서 수확한 6년근 인삼의 모습. /연합뉴스

물론 이러한 표기법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태국 언론은 일본을 ‘생선회’, 중국을 ‘용’, 호주는 ‘캥거루’라고 부르는 등 각 나라별 특징을 살린 별명을 사용한다. 해당 국가의 대표적인 상품이나 이미지를 빌려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국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국제 기사에 다소 뜬금없는 단어가 등장하더라도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관행이 정착된 배경에는 효율성이 자리 잡고 있다. 글자 수 제한이 엄격한 헤드라인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고유명사를 간추리는 것이다. 이는 한국 신문이 제목에 ‘중국’ 대신 ‘中’, ‘미국’ 대신 ‘美’와 같은 한자를 활용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실제로 태국에서 한국을 부르는 공식 명칭은 ‘สาธารณรัฐเกาหล(싸타라나랏 까오리ี)’로 매우 길지만, 백삼을 뜻하는 ‘โสมขาว(솜 카오)’를 사용하면 그 길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태국 일간지 마티촌에서는 1월5일 <백삼(白蔘) 대통령은 용의 땅에 방문해 시진핑을 만나 관계 회복을 희망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때 ‘백삼’은 대한민국을, ‘용의 땅’은 중국 본토를 의미한다. 이 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기사에 이런 별명을 쓰는 것은 아니다. 사건·사고나 외교적 갈등, 국가적 재난 등 진지하고 무거운 사안을 다룰 때는 반드시 정식 국가 명칭을 사용해 격식을 갖춘다. 제목에 별명을 표기하는 방식은 주로 정치, 경제, 스포츠 등 일반적인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주로 활용된다.

이에 대해 태국 일간지 마티촌의 수파윗 지안룽생 기자는 “몇몇 외국 기자들이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면서 “타국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해당 국가의 가장 유명한 상징물을 빌려 친밀감을 표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아룽생 기자는 “상대방의 특징을 잡아 친근하게 별명을 부르기 좋아하는 태국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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