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남아도 성공입니다.” 지난 2월 청년마을 취재를 준비하며 관계자들에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입니다. 청년을 지역으로 불러 정착을 돕겠다는 사업인데 왜 ‘절반만 남아도 성공’이라고 말할까. 그 문장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살아보고, 관계를 맺고, 새로운 일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지난 8년간 전국 51개 청년마을에 297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지방소멸과 청년 유출이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청년마을은 지역 활성화의 대안처럼 소개됐지만,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과 운영자들의 이야기는 기대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사업이 끝나면 유지가 어렵다”, “먹고 살 수 있을지 불안해서 떠난다”, “정착까지 이어지기엔 지역 여건이 부족하다”는 말이 반복됐습니다. 취재는 그 질문들을 따라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몇 년 전 사진으로 찾은 청년마을
처음에는 광주·전남 지역 청년마을 몇 곳을 둘러보며 정책 성과를 정리하는 정도의 기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돌수록 단순히 몇 명이 참여했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청년마을을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왜 청년들이 지역에 왔는가’보다 ‘왜 결국 떠나는가’에 가까웠습니다.
취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흔적을 찾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성공 사례로 꾸준히 홍보되는 일부 청년마을은 주소와 운영 공간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상당수 청년마을은 사업 종료 이후 흔적 자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청년마을 사업을 총괄하는 행안부는 세부 운영 상황이나 폐쇄된 공간 정보 공유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였고, 관할 지자체는 “직접 운영 사업이 아니라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역을 떠난 운영진과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취재는 과거 성과보고서와 보도자료 속 사진을 들고 현장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몇 년 전 사진 속 간판과 골목을 비교해가며 공간을 찾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예전에 청년들이 마을에 와서 활동하던 곳이 어디였냐”고 묻고 다녔습니다.
2월 말부터 취재를 위해 주어진 2주 남짓 동안, 광주와 전남 내 청년마을은 물론 타지 사례를 위해 충청도까지 직접 차를 몰고 다녔습니다.
하루 이동거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날은 130㎞ 정도였지만, 충북 괴산과 충남 서천까지 오간 날에는 하루 520㎞ 이상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대표를 만나지 못하면 재차 마을을 찾았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청년마을 ‘삶기술학교’였습니다. 취재 전까지는 한때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청년마을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직접 찾은 현장은 외부에 알려진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독립서점과 사진관, 카페로 쓰였던 공간 상당수는 운영이 멈춰 있었고 사람의 흔적도 드물었습니다. 지도 앱을 켜고 골목을 몇 번이나 돌다가 결국 한 미용실에 들어가 “여기 청년마을 했던 사람들 기억하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미용실에 있던 한 어르신의 “지역 살린다고 해서 집도 무상으로 빌려줬는데 어느 순간 다 연락 끊기고 나 몰라라 하더라. 잔뜩 기대하고 정을 줬던 우리만 바보 됐다”는 말씀에 청년마을이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실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분명 청년마을 사업을 기틀 삼아 살길을 찾은 곳도 있었습니다. 충북 괴산군 ‘뭐하농스’에서는 사업 지원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카페와 교육 프로그램,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스스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청년마을 사업 안에서도 어떤 곳은 사라지고, 어떤 곳은 살아남는 이유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마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실험
취재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결국 ‘먹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구하기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하고,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불편했습니다. 편의점 하나, 병원 하나, 버스 한 대가 청년들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목포 ‘괜찮아마을’에서 만난 대표는 “청년마을 하나로 인구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청년마을은 단기간에 인구 숫자를 바꾸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새로운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실험에 가깝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말은 이후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며 청년마을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 나누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처음 살아보며 삶의 방향을 다시 고민했고,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경험이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청년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생활 인프라, 지자체의 협력과 지역 공동체의 수용성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취재는 결국 ‘청년을 지역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청년마을은 분명 의미 있는 실험이지만, 실험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착 숫자나 주소 이전 실적보다 청년들이 왜 머물렀고 왜 떠났는지, 지역에서 어떤 삶을 가능하다고 느꼈는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청년마을 취재를 시작하며 들었던 “절반만 남아도 성공”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여러 지역을 돌고 수많은 청년과 운영자들을 만나며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역은 ‘잠깐 살아본 곳’으로 끝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꾼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청년마을의 성패는 단순히 몇 명이 남았느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볼 기회를 얻고,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삶을 설계해보는 경험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이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 개인의 열정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지역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