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 "의도적 가짜정보, 헌정 파괴"

예정시간 넘겨 167분 진행… 지방선거 결과 등 답변
21개 매체 질문, 뉴미디어·대학매체 기자 참여 눈길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가리켜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핵심 장치 중에 하나”로 “(언론의 역할은)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된다”면서도 “특별히 보호하고 보장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며 몇몇 언론보도 양태의 개선을 촉구했다. 일부 언론 및 가짜뉴스 생산자에 날선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언론의 1차 역할인데 그게 왜곡, 조작되거나 가짜일 경우 주권자들의 판단을 왜곡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의도된 조작, 가짜정보를 생산해서 주입하는 행위를 저는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본다”면서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의견은 뭐라고 내도 상관없다”, “오보도 어쩔 수 없다”면서도 “팩트를 조작”하거나 “고의적인 경우는 정말 심각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가 여러 가지 있지만 일상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바로 가짜 뉴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언론인은 정론직필 노력을 하지만 “극소수의 언론사 또는 극소수의 언론을 참칭한 사람들이 전체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언론 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저는 그걸 구분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할 수도 있지만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저 같은 입장에서도 책임을 정확하게 물어야 된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가 “대통령께서 항상 엑스(X)를 통해 기자들의 기사를 공유하고, 또 왜곡 보도나 가짜 뉴스에 대해 바로잡기를 하는데 개별 건에 대해선 국민들도 잘 이해하지만 국민주권 정부의 언론 청사진은 언론인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언론정책 방향 등을 물은 후 이 같은 답이 나왔다. 앞서 언론계에선 대통령이 SNS에 개별 기사 링크를 올리며 수시로 의견을 개진하고 가짜뉴스 규정, 추후보도나 언론상 수상취소 요구를 하는 행보가 기자 개인에게 상당 압박이 되고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 대통령은 ‘언론정책’보다 이 지점에 대해 답했다.

언론보도의 ‘제목달기’, ‘인용’ 관행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홑따옴표(‘’)냐 겹따옴표(“”)냐에 차이가 있지 않나. 겹따옴표는 명확하게 인용을 한 건데 해석을 한 걸 인용이라고 해서 제목에 붙이고, 무책임하게 누군가의 주장을 팩트인 것처럼 하는 게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의견은 의견대로, 팩트는 팩트대로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또 ‘허위 발언을 인용해서 누군가 말했다고 쓰는 형태의 보도’에 대해 “누군가 말했다는 건 사실일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주요 팩트다. 누가 말했다고 따옴표 쳐서 보도한다고 책임이 면해지는 게 아니다. 우린 너무 그걸 심하게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위협하는 매우 큰 문제이기 때문이지 제가 누굴 미워해서가 아니다”라며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모범적 민주공화국이 이렇게 하면 훼손이 된다. 그러니 이해를 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 명만 더…” 예정된 100분 훌쩍 넘겨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이날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 취임 30일과 100일, 신년 기자회견에 이은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내외신 기자 160여명의 참석 속에 당초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3개 영역을 중심으로 100분을 예정했던 회견은 ‘최장’ 기록이 된 신년 기자회견(170분)에 버금가는 167분 동안 진행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의 시간 고지에도 “짧게 하겠다”며 대통령이 계속 질문을 받으면서 회견이 길어졌다. 반면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 수는 총 21명으로 긴 시간에 비하면 적은 편이었다. 과거 기자회견 당시 ‘취임 30일’ 15명, ‘100일’ 22명, ‘신년’ 25명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는 지방선거 결과와 주가 상황, 부동산 정책, 중동전쟁 관련 대응 등 현안에 대통령 답변이 길어진 영향이다.

대통령의 모두 발언 후 사회자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과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기자들이 질문하고 답을 듣는 식으로 진행된 회견은 대형 신문·방송사나 정파성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매체에 상대적으로 질문 기회가 덜 돌아간 결과로 마무리됐다. 이날 질문권을 얻은 매체는 통신사 3곳(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외신 4곳(싱가포르·프랑스·일본·미국), 신문발행 매체 5곳(한국경제, 내일신문, 국민일보, 미디어오늘, 이데일리), 방송사 2곳(MBN, SBS), 지역신문 2곳(전라일보, 매일신문), 인터넷매체 1곳(폴리뉴스), 뉴미디어매체 2곳(삼프로TV, 민들레), 대학언론 2곳 등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올해 2월부터 청와대 신규 출입사가 된 뉴미디어 매체 기자들이 질문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언론정책’ 질문을 한 민들레 기자 말고도 삼프로TV 권순우 기자가 ‘각국 정상을 만나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느낀 순간과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대학언론 기자 출신으로 각각 올해 시사IN 대학기자상과 한국언론진흥재단 대학언론상을 받은 이화여대 정보현·인하대 선우영현 씨도 청년세대 관련 이슈에 대해 영상을 통해 질문을 던져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결과엔 “국민들 경고라 생각… 내가 부족한 탓”

이 대통령은 이날 중동전쟁과 장기화에 따른 대책, 부동산 정책,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 검찰개혁, 고환율 대책, 대북정책, 한일 관계 등에 대해 답했다. 특히 6·3 지방선거 선거 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이었던 만큼 관련한 질문에도 입장을 밝혔다. 우선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시위 확산 움직임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부정선거론과 좀 뒤섞여 있긴 한데 좀 다르다. 정치적 목적을 갖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끊임없는 선동과 세뇌를 통해 뭔가 세력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과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투표를 못할 수가 있어’라는 문제제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어영부영 대충 해서 주권 행사를 못하게 했다는 건 표의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에 대해서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우리 같은 사람들은 둔감해졌달까. 주권 감수성 부족이 아니었나 싶은 반성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선거에서 중립을 해야 하는데 충분히 노력은 했지만 표정은 중립이 잘 안 되더라”, “(선거 후) 2~3일은 저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은 국민들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중략)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제가 감당해야 될 몫이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