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2024년 당시 박장범 KBS 앵커의 ‘파우치 해명’ 보도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방미심위 출범 이후 첫 법정제재다.
방미심위는 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 2월8일 박장범 당시 앵커가 “(김건희씨가 수수 의혹을 받는 명품 가방의) 제품명이 파우치”라고 발언한 KBS 뉴스9 보도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했다. 방미심위 위원 9명 중 여권 추천 위원 6명이 법정제재에 동의했다.
박장범 당시 앵커는 뉴스9 보도에서 전날 자신이 진행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대담 주요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를 소개하기에 앞서 “어제(7일)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면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들은 어떤 표현을 쓸까?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 제품명 역시 파우치”라고 설명했다. 전날 대담에서 자신이 영부인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질문하며 디올 명품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으로 지칭해 논란이 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여권 추천 위원을 중심으로 박장범 사장의 발언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고광헌 방미심위 위원장은 “공영언론이자 책임있는 언론의 선두에 서 있는 KBS에서 상징성을 가진 9시뉴스의 앵커가 대통령과의 대담 자리에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질문권을 사용하지 않았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회사는 다르지만 박장범 기자의 선배로서 참담했다”면서 “성역 없는 비판은커녕 권력에 아부하고, 전파를 사유화해 변명을 드러내는 것을 언론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언론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올바른 갈등을 위해 공공재로서 역할을 다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던 상징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승호 위원 역시 “이 안건의 핵심은 ‘파우치냐 백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방송 시간에 앵커가 자신의 틀린 팩트로 자신의 입장만 항변한 것이 핵심”이라면서 “공영방송을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활용한 거다. 이 사안으로만 본다면 과징금이나 경고 의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방심위에서 법정제재 소송이 완패한 만큼 이번 방미심위의 신뢰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권 측 위원들은 ‘파우치’라는 용어는 제품명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일곤 위원은 “‘백’이라고 칭할 수 있고 제품명에 따라 ‘파우치’라고도 칭할 수 있는데 이걸 축소하고 왜곡한다고 몰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뇌물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고, ‘파우치’라는 단어가 사건의 본질을 축소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우석 위원 역시 “‘백’이라는 용어가 해석이 담긴 것이라면 ‘파우치’는 제품명 그대로의 팩트”라며 “뉴스는 팩트를 중심으로 해야지 해설을 중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방미심위, ‘6개월 심의기한’ 명문화 추진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방송 심의 규칙에 명시된 심의기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됐다. 현재 방송심의 규정에는 ‘방송 원본 보존기한(6개월)이 경과되면 심의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데, 방미심위는 해당 조항을 ‘심의 결과에 착수하는 시점’으로 해석해 왔다.
이에 따라 방송된 지 6개월이 지났더라도, 그 안에 민원이 접수되거나 자체 조사를 시행한 방송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없이 심의를 이어왔다. 다만 심의 기한이 민원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이 규정에 명문화되어있지 않아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이날 방미심위는 그 의미를 심의 규칙에 명확히 반영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심의기한을 민원 접수 시점으로 규정할 경우, 방송심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의의 예측가능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우석 위원은 “현재 소위원회에서는 실질적인 방송 책임자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데 심의가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재 제기된 안건들도 1년이 지나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심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 위원은 “민사사건에는 소멸시효가, 형사사건에는 공소 시효가 있지만 준사법기관인 우리 위원회에 시효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다. 구체적으로 안건이 상정돼 안건번호를 부여받는 시점까지 6개월이라는 시효를 부과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심의 기한에 제한을 두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과 일관성을 해친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홍미애 의원은 “안건이 적체되는 것은 새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구성이 지연되기 때문”이라면서 “이 부분을 해소하지 않고 ‘6개월 이내 심의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 경우 오히려 특정 시기에 민원이 제기된 언론사는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민원이 접수되어도 소위원회로 올라오지 않는 안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위 상정 이전에도 1차 심의가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선영 위원 역시 “심의 업무는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다”면서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심의를 하지 않는 것은 시청자와 이용자의 권익보호라는 목적에 상당히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는 직무를 방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고광헌 위원장은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심의를 하는 것이 심의안건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면서도 “오늘 논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유관TF에서 방안을 도출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