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동료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저는 전화를 걸어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활이 너무 어렵습니다. 실업급여라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TBS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TBS 구성원들은 참 긴 시간을 버텨왔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방송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어 “이제는 묻고 싶다”며 “오세훈의 서울시는 TBS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시민의 공적 자산이며 여전히 방송을 하고 있는 이 매체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분명히 답해야 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여가 지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임에 성공해 새로운 4년 임기를 부여받았고, 서울시의회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우위로 바뀌었다. TBS 입장에선 새로운 정치 지형 속에 다시금 해법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러나 선거 결과가 TBS 문제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TBS 정상화라는 우리의 요구는 달라질 것이 없다. TBS의 주인은 시장도, 시의회도 아닌 시민이기에 TBS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요구와 노력은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4일 당선 직후 TBS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김어준 방송”이란 수식어를 쓰면서도 “새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건설적인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의회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분위기에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을 닫지 않겠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 “오 시장이 언급한 ‘열린 논의’는 즉각적인 실무 협의와 정책적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며 “서울시는 TBS의 설립 주체이자 관리·감독의 책임을 진 기관이다. 시민의 공적 자산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검토하고, 실질적인 논의 테이블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서울시의회를 향해서도 “책임 있는 입법권을 행사하라”며 “시민들이 부여한 압도적 다수 의석은 시민의 삶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TBS 지원 조례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의회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죄송하고 면목 없어…하지만 TBS 정상화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
이날 기자회견에선 TBS 구성원들이 다수 참여해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다잡기도 했다. 장미영 TBS 리포터는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날, 가족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매일같이 응원하던 친구와 지인들도 며칠이 지나서야 도저히 연락할 수 없었다며 우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냈다”며 “왜들 그러는 걸까. 오 시장은 그간 TBS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시의회 의원들이 강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이제 의원들과 함께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TBS를 공영방송으로 정상화하겠다고 확답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와 구성원들은 걱정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TBS 안에서 기다리겠다”며 “TBS가 방송국의 본분을 지키고, 제대로 일하고, 당연히 월급 받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역시 조속히 TBS 정상화의 결단을 내려주길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정환 언론노조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TBS 정상화를 위해 연대하고 한 목소리로 격려해주시는데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공영방송 TBS는 시민을 위한 방송이고, 시민의 방송이다. TBS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울먹이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