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방송업계 전반 위기감

재무 양호해도 비상 경영 일상화

JTBC가 차입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방송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JTBC의 유동성 위기는 공격적인 투자 등 개별요인 탓이 크지만 그 근간엔 방송 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당장은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방송사들도 향후 자산 재배치나 콘텐츠 혁신 없이는 서서히 말라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료=2025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

JTBC의 이번 위기는 표면적으로 무리한 차입 경영과 계열사 간 꼬리를 무는 자금 대여, 빚 보증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앙그룹의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4500%대였고, JTBC도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632%로 사실상 파산에 가까운 상태였다. 반면 다른 방송사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3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평균 34%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부채비율은 통상 200% 이하면 양호, 100% 이하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채널A는 7%, MBC와 MBN, TV조선은 11%대로 우량기업의 형태를 보였다.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KBS와 SBS도 각각 101%, 57%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유동비율 측면에서도 6개 방송사는 대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였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부채 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200% 이상을 이상적으로, 100% 이하를 부실 위험이 있다고 평가한다. 6개 방송사의 지난해 유동비율은 연결 기준 평균 386%로 매우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채널A와 TV조선의 경우 700%대였고, MBC와 MBN도 각각 586%, 478%를 기록했다. 다만 연결 기준 239%의 이상적인 유동비율을 보였던 KBS는 자체 수치에선 152%로 그 비율이 많이 하락했다. 아직 위험 단계로 볼 순 없지만 2021년 229%였던 유동비율이 4년 새 77%p 가량 빠진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부채비율이 낮다고, 또 유동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이라면 자산 또는 외부 자금을 적절히 활용해 투자 활동을 해야 하는데,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개 방송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결 기준 평균 1%로 우량기업 기준인 10%에 한참 못 미쳤다.

5월12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선 이와 관련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강중묵 방문진 이사는 이날 경영평가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며 “MBC 본사는 금융자산도, 부동산도 상당히 많지만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부분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자산은 어쩔 수 없이 안전 위주로 간다 하더라도 상암동, 일산, 용인, 양주 이런 부동산들도 전혀 수익 창출이 안 되는데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자산 효율성을 강조하는 배경엔 방송산업의 구조적인 변화 및 그에 따른 방송광고수입의 급감이 자리하고 있다. 지상파 3사의 광고수입은 2015년 1조5591억원에서 지난해 6486억원으로 10년 만에 58%가 빠졌다. 콘텐츠 판매수입을 포함한 사업수입 역시 2022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성장 엔진 자체가 이미 정지된 상태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된다는 데 있다. SBS는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광고수입이 58억원 하락했다. KBS도 광고수입 32억원 감소에 방송제작비가 304억원 증가하며 1분기에만 3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MBC 역시 1분기에 상당액의 적자를 보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사들은 현재 긴축 예산을 시행하며 비용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KBS는 5월4일 사내 게시판에 경영수지 점검회의 결과를 게재하고 “연간 수지 전망 결과 467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제작비 130억원을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주요 긴축 내용으론 △대하드라마 방영 시기 순연 △스포츠 중계 제작비, 해외 콘텐츠 구매비 절감 △정규·특집 투자 준비금 절감 등을 제시했다.


SBS도 같은 날 공지를 올리고 비용 효율화 시행을 안내했다. SBS는 “1분기 광고가 전년 동기 대비 13% 더 감소했고 실물 경기를 감안하면 2분기 이후도 개선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올해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IP 또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우선적으로 재배치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이에 따라 5월부터 업무추진비와 특별취재비 등을 일괄 20% 하향 조정하고,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 중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JTBC 사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콘텐츠 투자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당장의 경영 수치를 방어하고 있는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통적인 수입구조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그 끝은 JTBC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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