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시행 D-6, 공론장 위축 현실화하나

방미통위도 초기 혼란 우려 인정
플랫폼 과잉 대응 가능성도 여전

불법·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이 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기존 불법정보에 더해 차별 또는 증오를 선동·조장하는 정보와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손해배상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와 피해 구제’라는 입법 취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입틀막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행을 유예하고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6월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20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방미통위는 이날 개정 정보통신망법 관련 후속 조치로 시행령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방미통위 제공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6월2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개정 망법을 가리켜 “위헌이고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시행하지 말고 즉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른바 ‘커뮤니티 검열법’”이자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봉쇄”하는 법이라며 반발했다. 김 의원은 개정 망법상 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 가중 손해배상 등 주요 내용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6월26일 대표 발의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재점화하자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대응에 나섰다. 방미통위는 6월25일 반론자료를 내고 “개정 망법이 ‘정부의 온라인 사전검열’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개정된 망법에서는 허위조작정보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며, “허위조작정보의 해당여부에 대한 판단은 민간의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율정책에 따라 판단하도록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개정 망법 제44조의7 제3항에 따라 방미심위가 불법정보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쳐 삭제·차단 등을 명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방미통위 설치법 제22조 제3호는 방미심위의 직무를 ‘망법 제44조의7에 따른 사항의 심의’로 규정하고 있어 불법정보만이 아닌 허위조작정보까지 심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과거 류희림 위원장 시절 방심위(방미심위)도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워 뉴스타파 등 인터넷 언론 보도 심의를 추진한 바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침해’란 비판과 우려를 불식하려면 방미통위법을 개정하거나 관련 심의규정을 고쳐 허위조작정보는 심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방미심위나 정부를 대신해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등에 과잉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허위조작정보 여부 판단이 플랫폼 등 사업자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했지만, 그런 사업자의 자율규제 조치 등 운영을 조사하고 감독하는 건 방미통위다. 사업자로선 규제 당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인데, 그렇다고 삭제·차단,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조치를 함부로 취하기도 어렵다. 역으로 소송을 당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적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민호 KISO 의장은 6월19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허위조작정보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언론 보도와 공익적 문제 제기,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 풍자와 의견 표명 등이 쉽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면서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자율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미통위 역시 이 법의 초기 시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6월29일 개정 망법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전체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이 ‘유예’ 또는 ‘계도’, 추가적인 의견 수렴 등을 강조한 이유다.


방미통위는 이날 ‘구독자 수 또는 월 조회수 10만 이상’을 최대 5배까지 가능한 가중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했다. 언론사는 물론 개인 유튜버 상당수가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날 야권 측 최수영 위원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보수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과잉 집행 가능성이 크고 이용자들도 정당한 게시물에조차 악의적으로 신고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며 새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둘 것을 제안했다. 여권 측 류신환 위원은 “계도기간을 두는 게 어렵다면 사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고 반영해서 수정하는 작업 등이 초기에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철 위원장도 이 법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행정당국으로서 방미통위의 소명은 법 시행에 따라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예방하고 입법 취지를 최대한 입법 정신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라며 “초유의 길을 가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향후 다양한 논의가 공론장에서 성숙하게 수렴돼서 법령 재개정을 비롯한 추가적인 정비로 이어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