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산불 카르텔

[제429회 이달의 기자상] 배여운 SBS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배여운 SBS 기자.

조달청 나라장터에 쌓인 산림사업 입찰 데이터가 이 보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산불 복구 현장 한두 곳의 부실시공쯤으로 짐작했지만, 사업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대신 6년치 낙찰 자료를 통째로 펼쳐 놓고 보기로 했습니다.

산림청 예산이 사상 처음 3조 원을 넘어 복구에만 해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데도 산불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크고 사나워지는 역설, 그 답이 개별 업체의 실수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깔린 구조에 있을지 모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한자리에 모으자, 따로 떼어 보면 멀쩡했던 업체들이 같은 전화번호와 같은 대표 아래 줄줄이 엮여 있는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한 몸인 회사들이 여러 법인을 앞세워 낙찰 확률을 끌어올리는 확률 게임을 벌이고 있었던 겁니다.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보면, 법인이 있어야 할 자리엔 수십 년째 한자리를 지킨 동네 미용실이 있거나 반송 우편만 쌓인 빈 사무실이 남아 있었습니다.

산불 현장을 옮겨 다니며 사업만 따낸 뒤 사라진다고 해서 업계가 '메뚜기'라 부르는 업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살아남는 마지막 고리는 자격증 대여였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규모를 말하지 못했던 관행을 실제 수치와 업체로 끄집어냈다는 데 작은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보도 이후 정부는 문제를 인정했고, 산림청은 지자체와 함께 산림사업법인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보도가 짚은 카르텔의 징후들이 그대로 정부의 점검 기준에 담긴 것은 무엇보다 보람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상을 일이 끝났다는 표시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지금도 제보 메일에는 ’조사는 요란했는데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들어옵니다. 적발은 됐지만 가벼운 처분에 그친다면, 회사를 없앴다 다시 만드는 이 게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단속의 칼이 무뎌지는 순간 카르텔은 언제든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정부의 후속 조치가 말로만 그치는 건 아닌지, 처벌이 실제로 구조를 바꾸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지금도 또 다른 '산림 카르텔'의 실체를 좇아 후속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번의 보도로 무너질 구조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데이터로 묻고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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