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불법정보' 정보통신망법에 헌소 제기된 이유

[이슈 분석] 개정 망법 '명확성·과잉금지원칙' 지켜졌나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망법)의 핵심 중 하나는 온라인상 유통금지 대상인 불법정보의 범위를 확대하고,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유통금지 대상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먼저, 이른바 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해 공적 규제의 대상에 편입시켰다. 개정 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 ‘2의2’ 항목을 추가, “공공연하게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또는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온라인상 유통금지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

혐오표현, 광장에선 금지 않는데 온라인서‘만’ 불법정보?

개정 정보통신망법상 혐오표현 등을 포괄한 불법정보 심의를 맡게 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3일 배포한 보도자료.

망법상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국가 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심의를 거쳐 해당 정보의 삭제·차단 등을 명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조치할 수도 있지만, 정부 규제 대상 또한 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허위조작정보도 유통금지 대상이긴 하나 정부 규제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 자율규제에 맡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그 자율규제 의무를 지는 사업자를 방미통위가 조사하고 감독한다는 점에서 ‘완전 자율규제’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은 있겠지만, 적어도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정부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그에 반해 불법정보는 그야말로 ‘불법’인 정보를 의미하므로 명쾌하다. 개정 이전 법에서 불법정보로 규정됐던 12가지 항목의 정보는 형법, 청소년보호법 등 다른 법률에 따라서 위법성이 확정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불법정보에 추가된, 이른바 혐오표현은 다르다. (반복해서 ‘이른바’라는 부사를 붙이는 이유는 이 법 어디에도 ‘혐오표현’ 혹은 ‘혐오’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취지로 개정됐고, 방미통위 등도 혐오표현이라 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엔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차별금지법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따라서 개정 법에서 사실상 혐오표현을 가리키는 정보들은 오직 이 망법에서만 ‘불법정보’로 규정된다.

예컨대 대림동에서 중국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선동하는 구호를 외치는 건 혐오표현으로 규제를 받지 않지만, 같은 구호가 온라인상에서 글과 영상 등으로 유통되면 불법정보로 분류돼 삭제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처럼 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한 일반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특별법인 망법에서 온라인 혐오표현만 불법정보로 지정해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을 해칠 뿐 아니라 명확성과 과잉금지원칙 위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입법 과정에서도 나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이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가이드라인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미통위 제공

방미통위 “판단 기준 모호하다는 주장 사실 아냐”, 그런데…

그런데 방미통위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개정 망법 시행 전후로 다양한 해명자료와 가이드라인을 내며 ‘오해 바로잡기’에 나선 방미통위는 “혐오표현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법률은 보호대상과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개별 게시물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운영정책과 방미심위 심의를 통해 내용·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언론법에 정통한 헌법전문가 김종철 위원장도 5일 개인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개정 법의 핵심 규제 대상은 최대한 엄격히 표적화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관련 조항을 다시 보자. 먼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언뜻 보면 명쾌한 듯하지만 ‘직접적인 폭력’, ‘차별’, ‘선동’ 모두 단정하기 쉽지 않은 표현이다.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중략)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는 더 그렇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정의나 이를 금지하는 다른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이 조항만을 가지고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위법성이 있는지 칼로 자르듯 단정하긴 어렵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응원 구호를 두고도 “그게 뭐가 문제냐”며 감싼 여론이 있었다.

방미통위가 제작 배포한 카드뉴스.

아니나 다를까 해당 법 조항을 두고 헌법소원이 제기됐다고 한다. 9일 법률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공원준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개정 망법 시행 첫날인 7일 해당 조항(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이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과잉금지원칙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항에 포함된 특정 집단, 직접적인 폭력, 차별, 선동, 증오심, 조장, 존엄성 훼손 등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표현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국민의 표현 행위를 광범위하게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도 모호하긴 마찬가지지만, 어쨌거나 이는 플랫폼 사업자나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다. 이에 반해 불법정보로 분류된 이른바 혐오표현은 국가가 개입하는 공적 규제의 대상이므로 명확한 정의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헌법전문가 위원장을 포함해 언론법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한 방미통위가 헌법소원심판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대응해 나갈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최소 규제와 명확성의 원칙”을 강조한 고광헌 위원장의 방미심위가 정보통신 심의규정 등 정비를 통해 앞서 제기된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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