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은 기본 역량"… 기자 채용 기준도 바뀐다

CBS·아주경제·파이낸셜뉴스 등 채용전형서 AI 활용능력 우대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채용 공고를 내고 ‘AI 네이티브(AI-Native)’ 수습기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취재 역량 위에 AI 기술을 더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파이낸셜뉴스는 응시자격에도 ‘AI 기본 활용 및 윤리 역량 보유자’를 명시하고 △AI 기반 정보 리서치 및 데이터 분석 역량 보유자 △AI 생성 정보에 대한 교차 검증이 가능한 자 △미디어 AI 윤리에 대한 올바른 직업의식 보유자를 세부사항으로 제시했다.


양형욱 파이낸셜뉴스 디지털콘텐츠실장은 “최근 미디어 환경을 보며 언론사도 기자 채용이 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와 달리 AI를 다루는 기술은 이제 기본 역량이 됐다. 보도자료 재가공, 데이터 수집, 또 단신 기사 작성은 AI로 처리하고, 취재원 발굴이나 현장 취재 같은 고차원적인 부분은 기자가 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취재력과 문장력이 핵심이었던 언론사 기자 채용 기준이 바뀌고 있다. 취재 현장, 또 뉴스룸 곳곳에서 AI가 이미 일상적인 도구가 된 가운데 언론사들이 이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뽑으려 시도 중인 것이다. 그간 기자 채용의 핵심 평가 항목은 토론과 논술, 기사 작성 등이었지만 최근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경우 오는 8월 말 합숙으로 진행되는 역량평가에서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력, 표현력 등과 함께 AI 활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앞서 CBS도 3월 신입·경력사원 채용 공고에서 기자와 영상기자, PD 등 직군에 대해 AI 툴 활용 능숙자를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번 공고는 어디까지나 우대사항이었을 뿐 다음 공개채용에선 내부 의견을 수렴해 본격적으로 AI 활용 능력을 살펴볼 방침이다. CBS 관계자는 “일단 채용 과정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지, 또 지원자들의 AI 활용 능력을 어떻게 살펴볼지 두 부분에 대해 각 부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부서마다, 또 직군마다 AI 활용도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이를 채용 과정에 녹일지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AI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언론사들은 관련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경제신문은 2017년 채용 공고부터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한다고 명시해왔고, 매일경제신문도 2019년부터 IT 및 4차 산업 관련 전공자를 우대 항목으로 적었다. 한국경제신문 역시 올해 처음으로 데이터 전문가를 우대한다고 공고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내부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언론고시 준비생들만 뽑는 건 이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AI라든지 데이터 사이언스라든지 언론과는 생소한 분야의 전공자나 경력자를 뽑기 위해 처음 시도를 해봤다. 채용 결과 관련 인력이 뽑히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데이터 분야 전문가를 확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능력을 우대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직군을 만든 언론사도 있다. 이달 초 채용공고에서 처음으로 ‘비주얼크리에이터(AI사진영상기자)’를 모집한 아주경제가 그 사례다. AI사진영상기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에 걸맞은 고품질 생성물을 만드는 직군이다. 조만간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가칭 비주얼콘텐츠본부가 신설되는데 사진기자, 영상기자, 미술기자 등과 함께 한 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준호 아주경제 편집국장은 “그간 기자들이 AI를 활용해 그럴싸한 이미지나 그래픽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AI가 만든 느낌이 났다”며 “그런 식상한 제작물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이미지, 그래픽을 만들어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뽑아봤다. 아마 8월 초쯤 조직을 개편할 예정인데 AI 관련 교육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는 2024년부터 경력기자 모집 시에도 ‘챗GPT, 제미나이, 클로바X 등 AI 활용 능숙자’를 우대해왔다. 한준호 국장은 “실제로 면접에서 물어보면 AI를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기사 쓰는 시간을 AI로 아끼고 그 사이에 인간 기자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더 강화하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