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됐어도…중앙·JTBC 노조 "사주일가 책임 촉구" 한목소리

15, 16일 노보서 잇따라 "매각 판 흔들지말라", "사재출연 등 책임져야"

중앙그룹 전반 경영난 속 통합노조 체제에서 분리돼 각각의 노조로 새로 출범한 중앙일보와 JTBC의 노동조합이 최근 오너 일가와 경영진 등에 일제히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사 모두 매각 절차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중앙노조는 ‘공개경쟁입찰 판을 흔들지 말라’며 오너의 책임 있는 퇴장을 요구하고, 회사가 법정회생 절차에 돌입한 JTBC노조는 ‘JTBC 살리기’와 ‘피해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오너의 사재 출연 등 압박을 이어가는 상태다.

중앙노조 “매각 흔들지 않는 것이 마지막 책임”

중앙노조는 16일 노보를 통해 “노조는 중앙일보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워크아웃 상황을 초래한 대주주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퇴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공개경쟁입찰 매각 절차가 4일 본격화한 상황에서 회사 매각이 특정인의 이해가 아닌, 회사와 구성원의 미래를 위한 과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사주 일가 등이 사적 이익을 앞세우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 밝혔다.

4일 중앙일보 재무자문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신규 투자자가 회사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 및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래”라며 투자유치 공고를 냈다. 투자유치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2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달 중 유력후보군을 선정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이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서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새 주인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게 노조가 내세운 요지다. 중앙노조는 “신주 발행 방식의 M&A와 구주 처리 등 매각 전 과정에서 사주 일가는 사적 이익을 취할 생각은 일절 하지 않길 바란다”며 “경영진 역시 매각 절차에 있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16일자 중앙노보 1면.

아울러 매각 과정에서 “투명하고 원활한 방식으로 새로운 대주주를 맞을 수 있도록 협조”할 것도 요구했다. 중앙노조는 “책임 있게 퇴장하려면 단순히 경영권을 넘기고 물러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매각이 마무리 될 때까지 회사의 안정과 구성원의 권익을 지키고, 새로운 대주주가 혼란 없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절차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매각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거나 기존의 영향력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회사의 미래를 담보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중앙일보 매각과 관련해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중앙일보 실사에 들어가고,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를 검토 중이며 인수가를 4000억원 안팎으로 본다’는 지라시 등이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이 아직 되지 않은 만큼 실사가 진행되기 어렵다. 실제 한국경제신문 관계자는 본보 질의에 16일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주 일가에 대한 구성원 분노 극에 달해”...대여·보증 경영진 책임 지적도

이날 노보에선 오너 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중앙일보 구성원의 정서도 나타났다. 최근 중앙그룹 계열사 SLL중앙에 대한 사주 일가의 담보 설정 등은 언급, 중앙노조는 “구성원들의 의구심과 분노는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중앙일보를 이런 상황에 놓이게 한 데 대한 어떠한 진정성 있는 사과도, 책임 있는 조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주 일가의 이런 행태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조합원들뿐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로부터 ‘이들이 더 이상 중앙일보의 미래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를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8월23일 발행된 노보에선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중앙일보 매각과 관련해 이 과정에 구성원이 배제된 점을 지적하며 노사협의체 구성을 요구, “워크아웃에 이르는 과정에 책임이 있는 현 경영진에게 이 중대한 절차를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목소리를 전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경영난 속에서 지난해 동기간보다 나은 반기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회사 전체로는 손실이 컸던 점을 두고 경영진의 책임이 지적됐다. 8월14일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중앙일보 매출은 1518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고 영업손실도 111억원에서 92억원으로 줄었음에도 회사의 순손실은 919억원에 달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4일자 중앙일보 2면에 게재된 '중앙일보 주식회사 투자유치 공고'

중앙노조는 “본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계열사 등에 지급한 단기대여금은 지난해 말 약 46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91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회사는 이 가운데 343억원을 회수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으로 장부에 반영했다”며 “본업에선 지난해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음에도 회사 전체로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고, 계열사 등에 빌려준 돈이 늘어난 만큼 미회수 위험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판단과 책임 아래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경영진은 근로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계열사 대여·보증 등을 의결한 여러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이 불참석한 것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노조는 대응 차원에서 3일 ‘매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매각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담 기구다. TF는 과거 노조집행부 경험자와 대의원 추천 조합원 등 15명으로 꾸려져 매각 진행 상황 모니터링, 구성원 의견 수렴 및 요구안 구체화, 원매자 후보군 분석 및 검토, 채권단·원매자에 의견 전달 등 역할을 맡는다. 중앙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구성원의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주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조가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향후 중대한 상황 변화가 생기거나 매각 과정에서 구성원이 뜻을 모은 원칙이 훼손될 조짐이 보일 경우, TF를 보다 큰 대응 체제로 확대·개편하는 방안도 열어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너 일가 사재출연 요구 JTBC노조 “살릴 회사 정해졌나”

15일자 JTBC노보 1면.

JTBC노조는 오너 일가에 실질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5일 제2호 노보에서 ‘살릴 회사는 정해졌습니까’란 제목의 기사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계열사 '선별 지원'을 비판했다. 10일 중앙그룹은 사모펀드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1050억원 투자를 받기로 했고 이를 위해 오너 일가가 1300억원 담보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같은 행보가 JTBC를 살리거나 피해 개인 채권투자자들을 고려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선이다.


SLL은 오너 일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중앙그룹 계열사다. SLL에 대한 투자는 지분구조에 따라 콘텐트리중앙을 살릴 수 있고, 이는 중앙피앤아이와 중앙홀딩스로 이어지는 흐름의 시작일 수 있다. 현재 SLL은 시장에서 팔리기 어려운 상태이지만 이번 투자로 빚을 갚고 채무관계를 어느 정도 정리하면 ‘정상 매각 가능한 구조’가 되는데 오너가 SLL 살리기에만 힘을 쓰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 요지다.

노조는 “갚아야 할 돈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법적인 순서 말고 인간적이고, 도의적인 순서가 있다. JTBC에는 320억원 규모 개인 투자자가 있다. JTBC와 중앙그룹 그리고 오너 일가에게 두고두고 도덕적 악영향을 미칠 피해다. 어디부터 해결해야 하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오너는 200~300억원이면 JTBC가 상암 사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안다. 320억원이면 개인 투자자 문제를 해결하고 도덕적 해이와 가장 민감한 법적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음에 일체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SLL에 1300억원 담보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거래는 오너가 어느 회사를 위해 자기 재산을 내놓을 것인지 다시 확인해줬다. SLL-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중앙홀딩스로 이어지는 축, 그룹 구조도를 살펴보면 JTBC는 이 축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너의 계열사 ‘선별’이 부도 수개월 전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노조는 “지급불능 몇 달 전부터 주변 소수는 흐름을 조율해왔던 걸로 보인다. 그룹 전체에 닥칠 6월 현금 절벽을 알고 있었다”며 “특정 계열사에선 현금이 빠져 나왔고, 다른 계열사엔 남았다. 누군가의 채무는 막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기로 한 돈은 오지 않았다. 오너 주변 소수는 특정 시점에 모두를 살리기 위한 경영을 포기했다”고 노보에 적었다. 그러면서 “아니라면 다가올 6월 현금 절벽을 각 계열사 경영진에 알렸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JTBC 등 중앙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한 대표자 심문기일이 열린 6월23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앞서 첫 노보에서 오너 일가 재산이 보수적으로 파악해도 2000억원에 달한다며 재산 내역을 공개했던 노조는 이날 추가 조사 결과를 노보에서 전하며 추정 재산 규모를 2600억원으로 업데이트했다. 특히 2022~2023년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에 연면적 196평 저택과 43평 한옥주택을 준공한 사실을 공개했다. 2023년 당시 JTBC는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직원 80여명을 내보낸 바 있다.

JTBC노조는 “법인이 어렵다고 개인이 할 일을 못할 이유는 없다. 무작정 개인이 책임질 일도 아니다. 오너 일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 일터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선의로 오래 노력해 왔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과정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본채가 완공된 건 2022년 8월이다. 한옥이 완성된 2023년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며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울었다. 그리고 3년 뒤 JTBC는 지급불능 상황을 맞았다. 오너 일가는 SLL을 살리기 위해 개인 재산 1300억원을 담보로 제공한다. JTBC에 내놓은 건 아직 0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매수자는) 인수한 뒤 얼마를 더 넣어야 하는지 계산한다. 타산이 안 맞으면 안 산다. 누군가의 선의를 막연하게 기다려서 해결될 건 없다. 최소한 오너가 책임질 몫은 책임져야 한다. 결국 JTBC가 살아남아야 오너의 레거시도 살아남는다”며 “경영진도 책임 있게 요구해야 한다. 우연에 기대지 말고 새 돈을 조달하라.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고 우리 몫을 주장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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