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달라진 대통령 기자회견… 100분간 '스탠딩' 현안 답변

앞선 회견보다 짧아진 질답, 지지율·개헌 등 현안 질문 이어져
외신 포함 靑출입기자 13명 질문… 지역언론은 1명만 기회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섯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이날 회견에서는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 부동산 등 현안에 질문이 집중됐다. 언론 현안에 관한 질의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보다 30분 늦은 10시30분에 시작됐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회견을 2시간여 앞둔 오전 8시20분경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발언을 마지막까지 가다듬는 시간을 갖기 위해 30분 정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작이 다소 지연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견은 시종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 등 주요 국정 현안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고, 이 대통령은 앞선 네 차례 회견과 달리 자리에 앉지 않고 선 채로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부족”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기자회견 시간 역시 역대 회견 중 가장 짧았다. 당초 약 90분으로 예고됐던 이날 회견은 대통령의 입·퇴장 시간을 포함해 총 100분간 13명 기자의 질문을 받으며 예정된 시간과 큰 차이 없이 마무리됐다. 반면 직전 열렸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예고된 90분을 훌쩍 넘긴 167분 동안 21명의 기자가 질문했고, 1월에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은 170분간 25명 기자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 질문에 "국민에 대한 존중 부족"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기자들은 시작부터 국정현안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첫 질문을 맡은 이준규 CBS 기자는 “인사를 더 드리고 싶지만 현안 기자회견인 만큼 곧바로 질문으로 넘어가겠다”면서 “국정운영 긍정평가율이 낮아진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또 향후 개헌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왜 떨어졌을까 저도 많이 고심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면도 많았다”면서 “결국은 모든 것을 다 합쳐서 저의 부족 때문이었다. (중략) 결국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한 개헌과 관련해서는 “개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면서 “여야간의 합의, 국민적인 의견수렴을 하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실시간 댓글 질의에 대통령이 답변을 하기도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정치·외교 분야 마지막 질문으로 “전통적인 지지층, 이른바 코어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선동적인 혐오의 말을 못하게 막아달라” 등 실시간 댓글로 달린 질문 두 가지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모든 걸 품으려는 이상은 버려야 한다”, “말을 줄이고 귀를 키우길 권유드린다”는 비판적인 댓글을 읽기도 했다.

질문자 선정 방식도 이전 회견과 달랐다. 이날 회견은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강 수석대변인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회견에서 지역 풀뿌리 언론과 독립언론, 청년 유튜버, 대학언론 등에게도 발언권이 주어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신을 포함한 청와대 출입기자단 중심으로 질의가 이뤄졌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는 장면도 없었다.

지역 언론 중에선 유일하게 최영규 굿모닝충청 기자가 질문 기회를 얻었다. 최 기자는 “1년 3개월만에 지지율이 반토막 났는데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면서 “부동산 문제를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고 하셨는데 방법론으로 봤을 때 국민들과 어떤 소통을 하실 계획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해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도 필요할 테고, 부동산 커뮤니티 이런 데도 있던데 그분들하고도 한번 이야기를 해 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연임 안 한다"… 조작기소 특검엔 "공소취소 조항 삭제해 달라"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계 이슈와 관련된 질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답변 도중 ‘언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영지 한겨레신문 기자가 “조작 기소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지”를 묻자,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와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저만은 아니다. 여러분의 동료들, 언론인, 기자들도 있고 언론사도 있고 공무원들도 수없이 많다”면서 “이런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해선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들께 진상을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국회에 명백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특검의 권한 중 기소 사건들의 이송 또는 처분에 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연임 개헌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고,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음을 수차례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다. 그렇기에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는 마치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공세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 대표 이력과 코로나19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등으로 적격성 논란이 불거졌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내 취재진과 가진 공식 기자회견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신년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국민 소통을 이어왔다. 이 외에 △민주주의 회복 1년 계기 외신 기자회견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 등을 통해서도 국정 현안을 공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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