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은 진보언론 편? 보수언론 편?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
언론재단 지원금 두고 다양한 해석 오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진보 언론 편일까, 보수 언론 편일까.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언론재단의 지원금과 정부광고 액수를 두고 국회의원들 간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야당에선 언론재단이 진보 언론, 특히 MBC에 지원금을 몰아주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여당은 MBC 정부광고가 비상식적으로 낮다며 언론재단이 제대로 된 광고 집행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재 한국언른진흥재단 이사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재단이 진보 언론에 예산을 몰아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국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보수 언론으로 분류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지난해 대비 올해 지원금이 각각 31.2%, 17.5% 삭감됐다. 반면 진보 언론으로 분류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지원금이 각각 58.0%, 47.3% 늘어났고, 시사IN 역시 지난해 4320만원에서 올해 8825만원으로 104.3% 증가했다. 김 의원은 “조중동과 같은 소위 보수 언론은 지원금이 대폭 추락한 대신 진보 언론은 50%, 100%까지 늘었다”며 “오비이락이라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재단 지원에 있어 신뢰성, 공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도 언론재단이 MBC 계열사에만 지원금을 몰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언론재단의 올해 방송영상 기획취재 지원 사업은 총 51건으로, 이 중 MBC 계열사 선정이 전체의 56.9%(29건)를 차지했다. 지원 금액은 13억2470만원으로 기타 방송사가 받은 12억4870만원을 앞질렀다. 윤 의원은 “사업의 본래 취지는 다양한 방송사의 우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계열 방송사에 지원금의 50% 이상이 배정되는 게 제도 취지에 부합하나. 집행 기준을 마련할 때 동일 계열사는 하나로 본다는 지표를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3년간 서울특별시의 정부광고 집행 내역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던 MBC가 광고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올해 MBC에 대한 서울시 광고는 제로, 2024년부터 따져도 KBS 21억8000만원, SBS 19억6000만원인데 MBC는 3억7000만원으로 6분의 1 수준”이라며 “MBC는 신뢰도 1위인데 왜 서울시 광고를 하나도 못 따는가. 상식적으로 볼 때 이상한데 지자체별로 정부광고 집행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BC 부수 정책이 폐지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광고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시행은 안 됐다”며 “일단 광고 집행의 기준이 필요하고, 잘 집행됐는지도 감시해야 한다.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니 문체부에서도 함께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은 이날 의원들의 지원금, 광고 편중 지적에 난색을 표했다. 김 이사장은 지원금의 경우 “재단 이사진이 심사위원회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며 “심사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에 저희가 왈가왈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MBC 계열사에 지원금을 몰아주고 있단 지적에 대해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KBS는 하나의 법인인 데 반해 MBC는 전국 모든 MBC가 각각의 법인”이라며 “지원 자체가 MBC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광고 관련해선 “상식적으로 이상해 보인다”면서도 “저희들은 어느 매체에 광고를 집행할지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광고와 관련해선 지역신문에 적합한 효과 측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단 주문이 국감에서 나왔다. 윤용근 의원은 “지역 언론 현장에선 데이터 등으로 효과 분석이 가능한 매체만 정부광고 우대를 할 경우 결국 지역신문 광고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노출 수나 도달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광고효과가 더 높다고 볼 순 없다. 측정하기 쉬운 매체와 정책 전달에 효과적인 매체를 구분하는 것이 정확한 평가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재 이사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역 언론이 소멸되어 가고 있다”며 “지역 언론의 소멸과 행정비용의 증가가 관계가 있다는 게 입증된 바 있다”고 답했다.

"언론재단 해외연수 지원 KBS, 조선일보, 연합뉴스에 편중"

이날 국감에선 언론재단이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 사업 혜택을 일부 유력 언론사에 몰아줬단 지적도 나왔다. 최민희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말한 뒤 언론재단에서 해외연수 지원을 받은 기자가 2024년 10명에서 2025년 118명으로 뛰었다”며 “그런데 연수 참가자가 주로 KBS, 조선일보, 연합뉴스에 편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해외장기연수 지원을 받은 기자는 모두 53명이었다. 이 중 한국경제신문(5명), 부산일보·연합뉴스·조선일보·KBS(4명) 기자가 21명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최 의원은 “개인 역량이라 하면 KBS엔 역량 있는 사람이 많고 MBC엔 없단 말인가”라며 “개인 돈도 아닌데 가능하면 기준을 가지고 소외된 언론사에 배분해야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재단이 해외연수 참가자들의 연수 결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앙일보 A 기자는 2024년 7월부터 1년간 약 3843만원을 지원받아 미국으로 해외장기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이후 A 기자가 제출한 결과보고서가 여러 건의 연합뉴스 기사를 베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최소한 환수조치는 꼭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참에 해외연수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재단이 지원자들에게 제시한 의무사항에 따르면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원액의 20%를 환수할 수 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문체위는 국정감사에 앞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증인채택과 관련해 토론을 이어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뉴시스

한편 국감에선 7월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후 언론 관련 조정신청이 얼마나 증감했는지 관련 통계가 제시되기도 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7~9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된 양당의 조정신청은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줄었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조정신청이 63건에서 25건으로 줄어든 반면 국민의힘은 33건에서 53건으로 늘어나는 등 세부 지표에선 큰 차이가 있었다. 노 의원은 “손해배상 신청 건의 경우에도 민주당은 1건에서 4건으로 늘어났지만 최근 5년 평균보단 낮아진 수치”라며 “반면 국민의힘은 전년 동기 8건에서 올해 24건으로 3배가 늘었다. 손해배상 총 신청금액도 1억3500만원에서 12억6500만원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김승수 의원의 지적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언론 옥죄는 법안”으로 방송3법과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을 거론하며 특히 언론중재법의 경우 “칼럼과 사설까지도 가짜뉴스로 옥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노 의원은 “칼럼과 논설은 기본적으로 정정보도의 대상이 안 되지만 아무리 칼럼·논설이라고 하더라도 전제되는 사실관계에 왜곡이 있으면 지금도 정정보도의 대상이 된다”며 “마치 언론 탄압 사례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유감이다. 이런 논의를 할 거면 소위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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