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며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제기한 국내 최초 AI 저작권 침해 소송이 마지막 변론만을 남겨둔 가운데 지상파 측이 피해액을 각 400억원 이상으로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 합의부는 5일 지상파 3사(원고)가 네이버(피고)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학습금지 등 청구소송 8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가 원고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상파 측이 산정한 손해액 규모가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날 “원고들이 뉴스 제작비용 등을 기초로 손해를 산정해 각 입은 손해를 최소 410억원에서 최대 477억원 정도로 특정을 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지상파 3사는 각 사당 2억원씩 총 6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이 같은 손배액은 소가가 5억원을 초과해야 3인 합의부에 배당되는 법 기술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았고 차후 청구 취지를 확대해 손해액을 높인다는 방침이었는데, 규모를 특정한 것이다. 이날 손해액 규모를 지상파 3사 합계로 산정하면 최소 1200억원 이상이 된다.
막바지를 향해 가는 이날 변론에선 그간 다뤄진 여러 쟁점들이 종합적으로 거론됐다. 지상파 측은 뉴스 기사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활용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 도용’ 또는 ‘데이터 부정사용’에 해당되고,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상파 법률대리인은 이날 법정에서 성과 도용과 관련해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 드리고 여러 자료를 덧붙였는데, 이 기사를 하나 내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충분히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정이용에 대해선 “생성형 AI 학습이라는 것은 기사 원문을 정답지로 삼아 그 표현을 재현하도록 모델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로 기사의 표현적 내용이 모델에 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은 그 자체로 표현적 비용이고 따라서 변형적 이용 주장은 원고들에게 유리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라이선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 요소로 고려해야 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를 주장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피고 측은 제휴약관 적용 범위부터 부정경쟁 행위까지 전면 반박했다. 특히 네이버 측은 원고들의 뉴스 기사에 대해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경쟁 행위 전제가 되는 데이터에 해당하지 않고, AI가 학습한 뉴스 기사의 언어 패턴을 별도 원고들의 성과로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날 재판정에서 네이버 측은 “원고들이 주장하고 있는 기사들이 대부분 시사 보도라는 점은 저희가 소송 초기부터 말씀드린 바 있다.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또 쟁점이 되고 있는 2018년 특약이 AI 플랫폼 서비스를 전제로 약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파고에 따른 충격' 등 사례에 비춰 원고 측이 예측할 수 있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희가 AI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청구를 인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며 “다른 LLM 모델 소송과 달리 저흰 충분히 대가 지급을 했고 일련의 계약을 통해 당사자들 사이에 충분히 인지가 됐던 부분인데 (AI 관련 활용을 표현한) 문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부담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고 부연했다.
네이버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상파 대표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변론 후 유감을 담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방송협회는 “다른 쟁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최대 AI기업인 네이버가 뉴스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상식 수준을 벗어난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들이 수십 년 동안의 땀과 노력을 투여하여 완성된 결정체인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가치를 폄훼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네이버 측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모든 뉴스의 저작권이 불인정될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저작권자 전체가 엄중히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은 12월1일 오후 2시15분 9차 변론으로 종결된다. 당초 8차 변론이 결심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추가 증거에 대한 번역문 제출 등 확인과 인지 미납부를 사유로 한 차례 더 기일을 진행하게 됐다. 9차 변론에서 선고기일이 지정되면 12월 말이나 내년 초 국내 최초 언론사와 AI 기업 간 소송 첫 판결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