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 값 받기 운동 펼쳐야




  노성열  
 
  ▲ 노성열  
 
신문을 상하로 한 번, 다시 좌우로 한 번 접어 A4지 크기로 만든다. 32면 발행 일간지를 기준으로 해도 총 1백28페이지짜리 공책 모양이 된다. 문방구에 가서 같은 두께의 백지 노트를 한 권 사보라. 싼 물건을 골라도 아마 1000원 안팎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영향력 있다는 메이저 일간지들이 한 달 1만원의 신문 구독료를 비공식적으로 받고 있다. 신문 1부당 3백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무가지와 경품으로 부풀려졌던 신문 상품의 거품을 걷어내 그 만큼의 원가 절감분을 독자들에게 돌려준다는 논리를 펴는 모양이다.



신문 한 면에 평균 2백자 원고 20매 정도의 글자가 들어간다고 볼때 면당 4000자, 32면 기준으로 신문 1부에는 총 12만8000자의 정보가 담겨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편소설 한 권이 대략 2백자 원고 1000매, 2만자 쯤 된다고 하니까 소설로 치면 6권 분량이다.



책 6권의 빼곡한 활자정보를 비싼 컬러잉크 들여 인쇄하고, 이를 손수 가정까지 배송해준다. 여기에 인건비, 시설 유지비 등 각종 경비를 모두 포함시켜 산정한 신문 상품의 가격이 같은 분량의 백지 노트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가격마저도 무너질 거라는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20년전 60대 40이던 신문사의 광고 대 판매 수익비율은 2004년 현재 80대 20으로 기울었다. 신문의 생존을 광고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이다. 최대의 폐해는 광고를 미끼로 한 자본권력의 언론통제다. 정치권력보다 광고주인 자본권력이 신문 편집권에 가장 빈번하고도 깊숙하게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자리 잡게 됐다.



메이저들이 그동안 영향력 확대를 앞세워 발행부수라는 외형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터무니없는 저가 판매구조를 정착시킨 탓이다. 일본,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신문은 제대로 값을 쳐 팔고 있고, 그 결과 신문사의 수익구조도 상당히 균형 잡힌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신문사들은 스스로 ‘신문 제 값 받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21세기 언론의 숙명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메이저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덤핑공세를 통해 상대가 자본력 부족으로 무너지면 남은 시장을 독점 혹은 과점상태로 요리하려는 것이다. 전형적인 불공정경쟁 수법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도박의 논리다. 최대의 전주가 판돈을 계속 두 배로 올릴 경우 마지막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만약 메이저들의 신문시장 독과점이 실현되면 최종 피해자는 독자인 일반 국민들이 된다. 자본권력에 대한 언론의 종속은 고착될 것이다. 시장독식 이후 덤핑 판매가는 단 번에 정상화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편집왜곡의 악순환은 심화된다.



또 다른 폐해도 예상된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 획일적인 몇 개로 한정될 것이다. 다양한 방위와 각도에서 집안을 환하고 따스하게 비춰주던 햇살은 사라지고 북향 혹은 남향의 창만 남게 될 것이다. 신문 제 값 받기가 세칭 마이너 신문들의 생존 내지 경영전략 차원이 아니라 언론개혁의 핵심과제로 다뤄져야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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