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와 시민단체간의 건전한 상호비판




  김유진 정책실장  
 
  ▲ 김유진 정책실장  
 
지난 ‘기자협회보’에 'SBS 기자들 “민언련 논평 어이없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SBS ‘뉴스추적’의 19일 방송분인 ‘DJ 딸’ 관련 보도에 대해 민언련이 낸 논평을 두고 SBS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선 잘못된 사실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다. 민언련 논평을 비난한 기자들의 발언 가운데 “사생활 침해나 옐로우 저널리즘이라는 비난은 뉴스추적의 특종을 뒤따라오는 후속보도들이 지닌 특징들을 뒤집어씌우는 일에 다름없다”, “보궐선거 운운하며 정치적 음모를 제기한 민언련이 역으로 더 의심스럽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민언련 논평에는 ‘사생활침해’, ‘옐로우 저널리즘’, ‘보궐선거’, ‘정치적 음모’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민언련이 “보궐선거 운운하며 정치적 음모를 제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평의 어떤 부분을 그렇게 해석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기자들이 뉴스추적의 ‘DJ 딸’ 보도가 나간 후 여러 곳에서 제기된 비판 또는 비난을 모두 민언련의 주장으로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야말로 악의적인 비난이다.



민언련 논평은 ‘공인의 사생활 침해 여부’를 따진 것이 아니며,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뉴스추적’이 방송된 직후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DJ 딸 보도가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뉴스추적’의 19일자 방송을 두고 공인의 사생활 침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본질이 아니며, 시사보도프로그램으로서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지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즉 ‘진승현 게이트’의 실체에 접근하겠다는 취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함으로써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딸’ 문제만 선정주의적으로 부각되었다는 뜻이었다.



표현이 좀더 강했을 수 있지만 민언련 논평의 취지는 나의 대답과 같은 맥락에 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민언련의 논평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주장이 언제나 ‘정답’이 아닌 만큼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우리 단체가 낸 논평에 대해 SBS 기자들이 이토록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공식적인 반론을 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익명’으로, 그것도 ‘왜곡된 사실’에 바탕하여 민언련을 비난한 것은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유감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기자협회보가 전한 SBS 기자들의 반응 가운데는 지극히 감정적인 내용도 있다. 이런 감정적 반발에 대해서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사 제작진들과 시민단체들이 건강한 상호 비판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무엇인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에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시민단체가 내는 논평에 대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기되는 이견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자기성찰’ 노력이 시민단체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제작진들이 시민단체 논평의 본뜻을 읽지 못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자기성찰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방송사 제작진이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시민단체의 비판이 아니라 선정주의로부터의 유혹과 안팎의 부당한 압력, 그리고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아닌지 성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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