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추경'의 배신
금리가 뜀박질하고 있다. 대표 시장금리로 통하는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는 지난 1일에 전 거래일보다 0.121%포인트 오른 연 2.784%에 마감했다. 2014년 6월12일(연 2.789%) 후 최고치다.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도 뛰는 중이다.통상 은행들은 국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에 추가로 금리를 얹어 대출 금리를 산출한다.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아파트론 고정형의 지난달 29일 금리는 연 4.10~6.01%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0.1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선 것
민주노총 '노정교섭' 주장이 놓치고 있는 것들
민주노총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3대 핵심 과제를 들었다. 5인 미만 기업과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문제,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재편에 따른 일자리 문제,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상징인 비정규직 문제. 모두 한국 노동시장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노정교섭, 즉 노동조합과 정부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하고만 이야기해서 될 일은 아니다. 위 문제들은 노동자들을 고용해서(혹은 고용을 회피하면서) 보수를 주는 주체, 곧 민간 부문 사업주들의 이해관계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당선인께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국민만 보고 통합의 정치 하겠다는 일성에 담긴 뜻이 5년 내내 변함없길 바랍니다. 국민이라는 큰 단어가 성별세대를 막론하고 어떤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까지도 구분 없이 품기를 기대합니다.저는 오늘 당선인께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기다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일화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조혼을 한 이 90년대생 여성은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온몸의 멍과 피딱지 상처를 모두 휴대폰으로 찍어뒀는데, 사진을 남겨놓고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을 따라 외출하게
0.73%p에 숨겨진 것
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도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더니, 어느 지역, 어떤 투표함이 먼저 열렸느냐에 따라 개표 상황도 반전을 연출했다. 마치 초보다 작은 단위로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를 관람하듯, 유권자들도 뜬눈으로 밤을 샜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났다. 24만7077표, 0.73%p 차이.문제는 깻잎 한 장 차이에 숨겨진 분열이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 구도는 부활했고, 세대 갈등은 심화했다. 여기에 남녀갈등까지 더해져, 그 어떠한 선거보다 더 촘촘한 균열이 그 이빨을 드러
사시사철 위협적인 산불, '시즌'이 사라졌다?
지난겨울부터 바싹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더니 봄의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산불 발생을 알리는 산림청 메시지가 하루 10건이 넘기도 한다. 그러더니 지난 4일 경북 울진과 강원도 강릉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또 다시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했다.2019년 4월4일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강원도 고성과 속초, 강릉, 인제, 동해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태풍급 강풍이 몰아치며 일명 도깨비불이라고 불리는 비화 현상이 나타났고 소나무 숲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민가까지 불길에 휩싸이
수단이 목적을 집어삼키면 안 되는 이유
지난 1월26일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달걀 도둑을 잡을 방법을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날 새벽, 남자는 동네 사람이 자신의 닭이 낳은 달걀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범인이 이장의 친척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마을에서 가장 현명한 서창대(이선균)를 찾아간다. 서창대는 서랍 안에서 빨간 실을 꺼내들고는 실을 닭의 다리에 묶고, 범인의 닭장에 몰래 닭을 가져다 두라고 말한다. 그 다음 우리 집 닭에 모두 빨간 실을 묶어 놨으니, 닭을 훔쳐갔는지 확인해보자고 하라는 것이다. 다리에 실을 묶은 닭
위기의 쇼트트랙 '환골탈태' 마지막 기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올림픽의 근간인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 속출한 것이다. 그중 쇼트트랙은 정식 종목 지위를 흔들 만한 편파 판정이 나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쇼트트랙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강세였지만, 여러 이변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빙상 종목 중 유일하게 몸싸움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판정 이슈도 잦다. 그렇다고 이번 올림픽처럼 도를 넘은 편파 판정 논란은 전례가 없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 첫째 날 혼성계주와 둘째 날 남자 1000m 종목
북한 군사력에 대한 '과도한 숭배'를 멈춰야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연초부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국내 전문가들은 앞다퉈 북한 미사일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한국 방어망의 부실함을 부각하고 있다.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에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최근 북한이 선보이는 미사일에 대한 요격불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기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고층방어에 사용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까지 거론되고 있다.북한은 항상 미사일을 발사한 이튿날 언론매
사라지고 있는 도시공원
정부와 대부분 지자체들이 20여년 동안 직무를 유기하면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예산 부족 핑계를 대왔던 지자체 중 일부는 도리어 이 사례를 난개발을 용인할 기회로 삼고 있다.일부 공무원이나 몇몇 지자체만이 아닌 정부와 다수 지자체가 집단적 직무 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이 사례는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통해 사라지고 있는 도시숲의 이야기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1달러=1200원' 시대
1997년 12월23일. 한국이 외환위기 폭풍에 빨려들어가던 시점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962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의미다. 1990~1998년에 달러당 600~800원선을 오가던 환율이 외환위기와 맞물려 2~3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외환위기를 계기 삼아 한국 정부와 가계가 외환방파제를 튼실하게 구축한 결과다. 1997년 12월 말 20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