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94) 다시 찾은 즐거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에서 즐거움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좋아서 시작한 사진이지만, 그 뒤에는 항상 책임과 압박이 따랐다. 카메라를 계속 들기 위해서는 증명이 필요했다. 형태와 방법만 달라졌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압박은 점점 커졌다.치열한 앵글 싸움 끝에 이어지는 건 보는 이들의 냉엄한 평가였다. 영하의 날씨에 수 시간을 기다린 취재를
[뷰파인더 너머] (193) 빌딩 옥상서 내려다본 현대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 취재를 마치고 차벽 너머를 담고자 광화문 인근 빌딩 옥상에 올랐습니다. 접근이 제한된 이순신 동상 앞 추모 텐트와 주변에 모인 촛불 든 시민들. 당시 국가와 시민 사이의 긴장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셔터를 눌렀습니다.그 이후로도 역사적인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옥상에 오릅니다. 청와대와 경복
[뷰파인더 너머] (192) 허물고 쌓는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나는 돌을 좋아한다. 제멋대로 생긴 멋대가리 없는 돌멩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편안해진다.며칠 전 퇴근길 버스에서 백담사행 버스를 덜컥 예매했다. 백담사에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을 보고 싶었다.막상 돌탑 앞에 서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간절히 무언가를 빌면 정신도 그 안에 박히는 걸까? 돌이 마치 한 명 한 명의…
[뷰파인더 너머] (191) 그림자가 말해주는 것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기차역 플랫폼에 두 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걸으면서도 각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할 뿐. 대화는 없고,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은 설렘과 자유의 상징이라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연장선처럼 보인다.그림자는 때로 본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빛이 있어야 존재하지만, 정작 더 진실할 때
[뷰파인더 너머] (190) 아이가 전해 준 작지 않은 큰 마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오빠에게 독감이 옮아 열이 오르고 힘들어하는 셋째 아이를 간호하며 밤을 새운 아침, 둘째 아이가 잠시 잠이 든 엄마를 깨우며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그림 한 장을 건네며 하는 말.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그린 아이스크림이에요.자신에게 독감이 옮은 동생을 돌보느라 고생한 엄마에게 주는 미안함과
[뷰파인더 너머] (189) 깨진 조각이 모여, 더 아름다운 하나가 된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올겨울 한반도를 강타한 한파는 대구 수성못의 얼음 위에도 독특한 흔적을 남겼다. 얼음은 기온 변화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균열을 형성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패턴이 탄생했다.하나하나는 균일했던 표면에 생긴 거친 상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다. 사람에게 닥치는 어려움 또한 마찬가지다.
[뷰파인더 너머] (188) 쉼표로 남은 그 순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겨울바람이 불자 문득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강렬한 흐름 속에 몸을 맡긴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쉼표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넘어가는 해와 함께 오로라를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짐을 쌌다.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며 한 다짐은 단 하나. 마음을 비우고 오자.…
[뷰파인더 너머] (187) 다가가야 보이는 것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수분을 잔뜩 머금은 눈이 서울 전역에 내렸던 지난겨울. 눈이 그친 틈을 타 인왕산에 올랐습니다. 먼저 길을 밟아 올라간 등산객들이 남긴 발자국 온기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지요.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은 짧은 수고의 보상으로 충분했습니다.왔던 길로 되돌아가려다 힘겹게 눈을 지고 있는 나무들이 마음이 쓰여…
[뷰파인더 너머] (186)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면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은 이 며칠 사이의 일들로 내내 밤잠을 설쳤다. 계엄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사고로 귀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3년차 기자인 나는 이 일들을 목격하고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처음을 떠올렸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똑바
[뷰파인더 너머] (185) 당신의 현재 속도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그날, 종각역 사거리를 지날 때 속도표시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느덧 쌓인 경험과 나이, 하지만 친구들은 저 멀리 더 앞서 달려가는 것 같은데,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속도표시기는 나에게 물었다. 넌 지금의 속도로 괜찮니?삶은 종종 우리를 비교 속에 가둔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뉴욕이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르다고 해서 뉴욕이 앞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