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용 독서'면 어떤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패러디 하나가 논란이 됐다. 대상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배우 김아영이 한강의 대역을 맡은 인터뷰 장면에서 보인 다소 과장된 연기가 문제가 됐다. 수상을 알리는 연락을 받고는 처음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서는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어요. 움츠린 자세와 실눈, 나긋한 말투 등 작가 특유의 모습을 흉내낸 멘트에는 작가의 외모와 목소리를 조롱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개인적으로 흥미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적 인물을 패러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감히 노벨 문
2024년 가을, 유니폼이 야구장을 수놓다
가을야구 시즌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야구장에 팬들이 꽉꽉 들어찼다. 광주(KIA 타이거즈)와 대구(삼성 라이온즈)를 오가면서 치르게 되는 한국시리즈도 표 구하기 전쟁이다. 주위에서는 야구장 티켓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호소한다. 정규 시즌 때 2만원가량 하던 블루석이 6만5000원에, 8500원 하던 외야석이 3만원에 판매(잠실야구장 플레이오프 기준)되는 데도 이렇다. 그만큼 프로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1982년 출범 뒤 첫 1000만 관중 돌파(최종 1088만7705명평균 관중 1만5122명)가 괜히 이
누가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가
이제는 병사들의 군번줄이 필요 없어졌어요.올봄까지도 추위와 포탄을 뚫고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취재했던 김영미 PD가 말했다. 드론이 병사들의 머리 위에서 폭탄을 터뜨려 살상하기 때문에 군번줄은 죽은 자의 목에 걸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런 시신들에서 장기를 채취해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도 체온이 남아있던 누군가의 생명이 다른 사람에게는 돈으로 환산된다는 것이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양국의 사상자가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최근 나왔다. 100만이라는 엄청난 숫자로도 비극
'순천 여성살해' 범행동기보다 중요한 것
9월 말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 없는 10대 여성을 거리에서 살해한 가해자 박대성(30)에 대해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지 못했다. 검찰 송치 후 경찰은 이상 동기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무차별 살해로 다루고, 범행 동기가 오리무중이라는 제목을 단다. 2024년 한국 사회는 박씨가 피해 여성을 왜 800m나 쫓아가서 살해해야 했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고 한다.원한도 금전적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죽을 만큼 흉기를 휘두르는 건 자연스럽게 납득되는 상황은 아니다. 가해자가 자신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람을 무차
하락장 투자를 권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인버스(하락장 투자)도 국장(국내주식투자)이다한 경제 유튜버가 농담처럼 던졌던 말이 국회의원으로부터 재생산되면서 투자자들에게 공분을 샀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장에 투자하면 된다고 답한 게 논란이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농담으로도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우리 경제가 망하는 것을 독려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국내 증시 투자는 우리 기업 성장을 위한 일종의 지원이다. 이 같은 지지를 밑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성장할 수
개혁엔 늘 저항이 따른다
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2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호주 공정노동법에 뚫려 있는 구멍을 메우는 개정안이 빛을 보게 됐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개정안은 특수고용직인 화물기사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는 내용,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 등을 담고 있다.윤석열 정부는 틈날 때마다 노동약자 보호를 입에 올리지만 노동법 구멍을 메우기 위한 법제도 개선은 지지부
"정부·기업 다 믿는다"는 북유럽, 신뢰엔 '무한 책임'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한다면 하는 겁니다.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거고요. 상호 신뢰죠.아이슬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기후변화 대응 출장 중 만난 통역코디네이터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이 바로 신뢰였다. 시민이 정부의 기후 정책을 믿고, 정부도 기업의 ESG경영 등 기후 대응을 신뢰한다는 이야기였다.검증과 의심을 업으로 삼은 입장에서는 이 같은 대전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북유럽 국가 내 신뢰의 배경에는 강력한 규제와 철저한 투명성이 자리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스웨덴 정부는 오래된 산업단지를 친환경지
언론사 인터랙티브 뉴스 가성비에 대한 고찰
기술보다 주제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도 AI(인공지능)나 3D를 이용해 새롭고 놀라운 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최근 중학생이 만든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는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2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이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는 특별한 기능 없이도, 조회수 300만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는 트래픽이 폭주해 접속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 이 중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딥페이크 피해자를 접한 후, 이를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지도를 제작했다고 한다
100년 만에 돌아온 의병 문서
원래 의병 후손이 갖고 있어야 할 자료잖아요. 문서를 보니 흥분과 분노가 동시에 올라왔습니다.독립운동사 전공자인 박민영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 초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한말 의병 관련 문서를 실사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이 문서들은 1851년부터 1909년까지 작성된 문건 13건이다. 경기도 양주에서 조직된 의병인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이들의 공문서와 편지, 면암 최익현(1833~1906)의 서신 등으로 구성됐다. 재단은 일본의 한 고미술업체가 갖고 있던 이 자료를 지난달 복권기금으
2024 파리올림픽, 축제 그 이후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한국시각) 폐막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를 했다. 대한체육회는 애초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를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이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속에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때 아쉬운 성적(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으로 대한체육회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영향이 없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금메달 8~9개 정도를 예상했었다.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올림픽 최소 선수단(144명)을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