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방위산업 업계 종사자들을 알게 되면서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국산 잠수함 도면 등 기밀이 대만으로 유출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 때였습니다. 저는 방산과 무관한 사건기자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방산 문외한인 제가 업계 사람들과 사귀면서 안갯속에 감춰진 실체를 조금씩 알 수 있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다수의 기술 유출자와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결국 실제 유출된 핵심 도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방산 보안 담벼락은 무너져 있었고, 군사 기술은 노출돼 있었습니다.기술 유출은 힘들게 개
[이달의 기지상]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에서 한 법인이 냉장고 하나만 둔 점포를 운영하며 1년에 115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당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이 전국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었기에, 우리 지역에서도 관련 의혹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그 실상을 자세히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취재를 이어간 결과, 사건은 경찰의 수사 거래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엄중해졌습니다. 이후 구의원 무마 정황 이슈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 보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0월부터는 온누리상품권 이슈가 전국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저희
[이달의 기자상] 재선충병 방제의 비밀
지난 수십년동안 산림청과 지자체가 재선충을 잡겠다며 쏟아부은 예산만 1조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재선충은 확산되고 산림파괴만 더 심해졌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소나무의 자연 쇠퇴가 시작됐습니다. 소나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침엽수나 활엽수가 자라나 우리의 숲을 지탱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방제 정책은 숲이 건강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막고 있었습니다.그렇다면 한두 그루도 아닌 이렇게 많은 소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재선충이다? 기후변화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모두가 재선
"내 세금이 이런 곳에?! 더 열심히 보도해야 하는 이유"
한국기자협회가 23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제411회(2024년 11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번 기자상은 12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서 59편이 출품돼 CBS의 대통령의 거짓말윤석열 골프 연속보도 등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에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보통 시상식은 경쾌하고 유쾌하게 자리를 마련하는데 정국이 복잡한 이런 때일수록 언론과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시민들이 생각할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 기사가 많았고, 1년 넘게 취재해서 길게 가져간 기사도 있다. 이 시국에 감사한…
국민일보 '대리 입영 첫 적발' 보도, 공소장 입수해 구체적 범행 내용까지 밝혀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이달의 기자상]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병역 문제는 공정성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입니다. 또한 저출생 여파로 군대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리 입영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면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취재의 시작은 강원도 쪽에서 대리 입영이 발생했다는 한 마디 정보였습니다. 관할 수사기관, 육군 등을 취재한 결과 입대해야 할 병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 입영을 시도했고, 이미 3개월 간 군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공범이 자수해 범행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병무청과 군의 관리 소홀을 지적할
[이달의 기자상] 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기자 혐오의 시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는 질문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도 들립니다. 기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나날이 도를 더해갑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낸 2년은 이보다 더했습니다. 멈춰선 건설 현장을 촬영하다가는 중국 사복 공안(경찰)에 붙잡혀 휴대전화를 뺏긴 채 차량 안에 4시간 동안 갇히기도 했고, 조선족 말살 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연길에 갔을 때는 공안 3개 팀, 9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중국에서의 취재는 점점 두려운 일이 돼 갔습니다.한밤중에 첩보작전을 펼치듯 카페에서 만난 제보자로부터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이달의 기자상]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기획은 암호화폐 시장과 외환시장에 정통한 취재원의 제보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달러 가치와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대신 무역 결제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었습니다.스테이블 코인이 한국의 외환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먼저 올해 들어 국내 5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부터 파악했습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 수치는 기획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사기나 범죄 영역에서만 바라보
[이달의 기자상] 망상, 가족을 삼키다
숨겨진 84명의 공동수상자가 있는 기사입니다. 8개월의 취재기간 중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취재할수록 지난한 문제라는 걸 체감했고, 자칫 잘못 보도할 경우 조현병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거나 잘못된 제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습니다.취재에 적극 응해준 84명의 취재원 덕에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 당사자,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인 이들은 기획 취지를 듣곤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각자의 경험을 상세히 풀어줬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장 잘 알고 있고, 개선을 절실히…
[이달의 기자상] 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매주 난치병 치료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행 KTX를 탑니다. 주말에는 입석을 타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보니 두통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리는 기차를 잡고 있던 기억이 스쳐갑니다.이 보도에 달린 댓글입니다. 마음이 무겁고 먹먹해졌습니다. 보도 직후 기사에 달린 댓글 수백 개를 모두 읽었습니다. 어떤 기사의 댓글보다 더 진정성 있는 자신들의 사연으로 댓글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불공정에 대한 성토였습니다.처음 KTX 특혜 예매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기관 직원으로부터 들었을 때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누군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