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현상
우리 부부는 2008~2009년 영국 연수 중에 첫 아이를 가졌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선 국민건강보험(NHS) 제도의 혜택을 누렸다. 국가의 월급을 받는 미드와이프의 산전·산후 가정 방문, 초음파 진단, 병원 분만 등 출산의 모든 과정에서 개인이 부담한 비용은 없었다. 지역보건소에 등록돼 있기만 하면 외국인이라도 누구나 무상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의료 제도와 관련해 반대쪽 끝에 놓여 있는 미국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그것이 얼마나 심리적 안정을 줬는지, 낯선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 됐는지 모른
BBC가 요리 레시피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유
BBC의 인기 있는 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 요리 레시피 서비스가 중단된다. 지난달 17일 BBC가 ‘웹사이트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요리 프로그램과 연계된 요리 레시피 코너를 없앤다는 소식이 일간지를 통해 알려졌다. 요리 레시피 정도야 사라져도 수용자들이 큰 변화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기점으로 뉴스와 같은 다른 핵심 콘텐츠의 온라인 서비스 역시 그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BBC는 ‘더 그레이트 브리티쉬 베이크 오프(The Great British Bake Off)’, ‘마스
개막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리우 올림픽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브라질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세 속에 매우 비범하고 환상적인 시기를 거치고 있다”는 말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약속하며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역대 가장 아름다운 대회가 될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브라질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싸늘해졌다.리우 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 이후 122년 만에 남미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깎아 내려서는 안되겠지만, 개막일이
불편한 드라마 ‘삼팔선’
중국에선 힘들게 만들어 놓고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드물지 않다. 당국의 사전 검열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장면이나 당·정부의 시책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판정되면 가차 없이 가위질과 함께 수정 명령이 떨어진다. 수정이 여의치 않거나 혹은 내키지 않을 경우엔 상영(혹은 방영)을 포기해야 한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인생(원제 活着)'은 작가 위화(余華)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은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아니, 이런…
원폭, 종이학, 언론인 114명
지난달 2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1945년 8월6일 오전 8시9분 고농축 우라늄형 원자폭탄이 히로시마 중심부에 투하된 지 71년만의 일이다. 사용된 원자폭탄의 이름은 ‘리틀 보이’. 무게 4t, 길이 3m의 리틀 보이에 탑재된 50kg의 우라늄235 중 1kg이 핵분열 반응을 일으켰다. 노트북 컴퓨터 한 대의 무게에 불과한 우라늄은 TNT 1만6000t에 상당하는 폭발력이다. 상공 600m에서 터진 원자폭탄은 섬광과 함께 30만도의 고온, 열선과 함께 감마선을 포함한 대량의 방사선을 일순에 뿜어냈다. 폭발…
20달러 지폐와 역사의 아이러니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국경선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캐서린이란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의 살렘 예배당 앞에는 한 미국인의 흉상이 서 있다. 새 미화 20달러 지폐의 주인공 해리엇 터브먼이다.터브먼은 1820년 쯤 메릴랜드의 한 플랜테이션에서 흑인노예로 태어난 여성이다. 어린 시절 주인이 던진 쇳덩이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고 평생 발작성 간질을 앓았다. 먼 타향에 흔적을 남긴 것은 그가 이 곳으로 도망간 노예였기 때문이다. 그는 1849년 농장을 탈출해 북쪽으로 갔다. 그가 북극성에 의지해 밟아 간
말 많았던 BBC 백서, 드디어 공개
영국 브렉시트 투표 뒤에나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던 BBC ‘백서(White Paper)’가 예상보다 일찍 발표되었다. 지난 12일 영국의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는 ‘미래를 위한 BBC:독창성의 방송사(A BBC for the future:a broadcaster of distinction)’라는 제목으로 BBC 왕실칙허장 갱신에 대한 공적 협의(Public Consultant) 결과를 정리한 의회 제출용 정책제안서를 발행하였다. 이 제안서의 내용은 2017년부터 효력을 지니는 새로운 왕실칙허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왕실칙허장은…
브라질 탄핵정국 결말은 어떻게 되나
브라질에서 벌어진 탄핵정국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만큼 안갯속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막장 드라마다.반전 스토리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비리 의혹으로 사법 당국의 수사 대상이 된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자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이 잇따라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고, 상급 연방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연방대법원이 또다시 판결을 뒤집으면서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달 17일 하원을 통과했고, 지난 6일에는 상원 특별위원회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
낙인찍지 말고 몽둥이질 말라더니
올해 들어 중국에서 언론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유난히 잦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센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언론·사상 통제에 대한 의도적 불만 표출인지, 아니면 단순 사고나 실수인지 진상이 애매한 사건들이다. 3월 초순 ‘충성스런 공산당원’이란 명의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인터넷 언론 ‘무계신문(無界新聞)’에 게재돼 중국 당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시진핑 동지, 당신의 고압적인 반부패 운동은 공산당의 비리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공무원이 몸을 사리고 일을 안하는 바람에 경제는 악화
동일본 대지진 교훈 잊었나
지난 14일 진도 7을 넘는 강진으로 규슈지역이 크게 흔들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일본 열도로 퍼지고 있다. 신칸센이 탈선할 정도의 지진을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게다가 진도 7의 지진이 연이어 두 번 발생한 것은 지진 대국 일본에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사례다. 희생자수는 두번째 지진으로 인해 2배나 늘어났다.이번 지진은 지진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지진 범위가 갈수록 확산되는 것은 지진에 관한 지금까지의 상식이나 과학적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