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의혹’
지난해 7월, 광화문 술자리 얘기입니다. 뒤늦게 합석한 분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통일부가 정말 너무했네. 그저 국정원이 시킨대로 발표한 거였어요”라는 겁니다. “뭘 발표해요?”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요. 그때 발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이것 좀 취재해보세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2명의 종업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민변을 찾아갔던 지배인 허강일도 잠적한 상태. 새터민 집단을 수소문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뜻밖의 전화를 받습니다. “허강일 찾고 계시죠? 한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라돈 관련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가 “침대에서 라돈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들은 게 취재의 발단이었다. 관련 보고서와 정밀 측정 자료를 구하고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며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갔다.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돌침대업체 직원과 서울시내 매장을 하루 종일 돌았고 엄한 돌덩이를 들고 끙끙대며 석재상을 찾아갔다.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보도였던 만큼 날마다 활자와 씨름했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려 노력했다. 대형 게이트 보도 등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내보낸 뒤 기자의 일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
SBS ‘라돈 침대’ 반론까지 치밀하게 기사화… JTBC ‘탈북 의혹’ 당사자 검증 좋았지만 유도성 질문 아쉬워
제33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66편의 작품이 출품돼, 5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취재와 기획보도 부문에 내공이 만만치 않은 다양한 작품들이 추천됐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시민의 편에 서서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취재하는 기자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SBS 정책사회부가 출품한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시민 일상생활의 핵심공간인 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제보로부터 시작해 탄탄한 취재로 차분하게 끌고 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취재를 하다보면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이 서로 엇갈릴 때가 많다. 관련자가 많고 사건이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취재진이 만났던 수십 명의 생존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당시 복무했던 경찰관과 공무원들의 기억과 진술이 하나 같았다는 점이다. 31년 전 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형제복지원이란 이름의 지옥은 규명돼야 할 실체적 진실로써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126명의 신상기록카드와 2000여 명에 육박하는 입소자 명단, 호주 골프장 운영 자료 등을 단독 입수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신한은행 임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
지금까지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채용비리 수사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에 어떤 금융기관보다도 많은 임직원 자녀가 근무하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부실 조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검찰의 2010년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취재하던 중 이 같은 의혹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신한금융지주 전·현직 관계자를 다수 접하는 과정에서 본부장급 이상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 등에 합격해 현재 17명이 근무 중이라는…
‘김기식 전 금감원장 도덕성 논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현 정부 두 번째 금감원장이었다. 전임 원장이 취업 청탁 논란으로 취임 6개월여 만에 물러나면서 새 원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김 전 원장이 임명되던 날 청와대와 여당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개혁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췄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이 대선 전까지 금융사 대관(對官) 담당자 등을 상대로 고액 강좌를 운영했다는 이야기. 그것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피감기관의 후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수차례 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감원장은 4000여개 금융사와 자본 시장을 감독하는 ‘경제 검
‘사면, 평창… 삼성의 은밀한 뒷거래’
‘삼성’ ‘IOC’ ‘평창올림픽’ ‘로비’ ‘비밀계약’. 삼성 내부 관계자들의 2010년 이메일을 관통하는 단어다. SBS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검찰·특검 압수수색 자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자료를 분석하다 흥미로운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면 직후인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삼성 수뇌부가 주고받은 메일이었다. 모두 139건으로, 삼성의 평창올림픽 유치 로비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었다.삼성과 거래를 한 건 아프리카 IOC 위원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인 라민디악의 아들, 파파디악이었다. 파파디악은 로비
‘고스트 스토리’ 기획 연재
한 사회가 죽음을 대면하는 방식에서 그 사회의 가장 깊은 바닥이 노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의 죽음을 다루는 정치가 아프게 확인시켰습니다. 보이지 않게 살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맞은 이들이 ‘산 자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삶과 죽음이 지역의 역사, 도시개발의 방향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살피기 위해 특정 도시의 무연고 사망자들을 불러냈습니다.인천은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압축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미국, 농촌과 도심, 원도심과 신도시, 판잣집과 고층 빌딩, 항구와 공항, 굴뚝과 첨단이 공존합니다.…
‘삼성 미전실, 노조 와해 개입 의혹’
삼성그룹에 있어 ‘노조’는 금기어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은 성역이었습니다. 때문에 삼성그룹의 노조 문제는 수사나 사회적 압력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도그마였습니다. 2013년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 노조 관련 문건에 대한 과거의 검찰 수사가 이를 증명했습니다.올해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수사를 위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노조와 관련된 문건 6000여 개를 확보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의 노조 관련 문건으로 알려진 이 문서들을 바탕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기대는 높
‘삼성 노조 파괴 문건 6000건’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삼성은 그때마다 ‘모르쇠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외장하드에 관련 문건이 수천 건 쏟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제기되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3월 시작된 검찰수사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를 넘어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