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담당 기자들"역전·연장전은 이제 그만~"
마감 쫓기고, 기사 다시 쓰고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8.06.04 16:00:15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LG전을 취재하던 한국일보 성환희 기자는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면서 난감해졌다. 초판 마감시간(밤 10시)은 다가오고 경기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삼성-우리전이 열리는 목동으로 눈을 돌렸다. 목동 경기에 방점을 두면서 다른 경기장 기사를 덧붙여 기사를 완성했다. 물론 그때까지 썼던 두산-LG전 기사는 도루묵이 됐다.
다음날 한국 지면에 실린 야구 기사 맨 마지막에 “두산은 잠실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LG를 8-3으로 눌렀다”는 한 줄이 보태졌다.
올시즌 연장승부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기 중·후반 역전이 늘어나면서 야구 기자들의 고충이 커져가고 있다. 가까스로 마감을 맞춰 기사를 작성했는데 갑자기 경기가 뒤집어지면서 기사를 통째로 바꿔 써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
지난달 6~8일 3연전으로 치러진 우리-두산전이 대표적 사례. 우리는 3게임 모두 초반 승기를 잡았으나 두산의 막판 뒷심에 덜미를 잡혀 역전패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일 연속 경기가 역전되면서 기자들은 피를 말려야 했다.
경향신문 이용균 기자는 “시간이 길어지면 심리적 부담이 있지만 그런 경기가 항상 있던 것이라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다만 경기가 늦게 끝나면 허겁지겁 마감해야하니까 기사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장승부가 이어지면서 기자들의 피로감도 쌓인다.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면 모르겠는데 지루한 경기가 엿가락처럼 늘어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말까지 모두 17번의 연장승부가 있었다. 5시간 이상의 경기도 세 번이나 나왔는데, 지난달 20일 제주 SK-우리전 5시간 13분, 14일 마산 삼성-롯데전 5시간 2분, 24일 잠실 KIA-LG전 5시간이었다.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는 “기자 입장에서 피곤하지만 경기가 재미있으면 연장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올해부터 도입한 무제한 연장승부가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