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마녀사냥

[우리의 주장]편집위원회

‘경찰의 고문, 북한 여간첩, 색깔론, 허위사실 유포죄, 공안정국….’

1970~80년대의 흘러간 노래를 듣고 있는 게 아니다. 2010년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실제 상영되고 있는 리얼(Real) 영상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아~린지(Orange)’ 영어교육을 말하고 기업인의 공항 귀빈실 이용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만 해도 뭔가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이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촛불 시위자들에게 빨간색을 칠하고, 방송사 사장에 방송특보를 앉혀 언론을 장악했다. 정부를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됐다.

MB정권의 ‘과거로의 회귀’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천안함 사건’에서 정점에 달한다.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이의를 달거나 의심을 하면 친북 반역자로 낙인을 찍는다. 이는 강압적으로 애국을 외치고, 반북(反北) 사상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혹을 제기한 대학생을 잡아들이고, 유엔에 의혹서한을 전달한 참여연대를 향해 공안검찰은 칼날을 들이댄다.

급기야 최근에는 경찰의 고문사태까지 발생했다. 올 2월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체포한 피의자 6명에 대해 수갑 찬 손을 뒤로 꺾어 올리는 ‘날개 꺾기’ 고문 등이 자행됐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정권이 뒤집어질 일이다. 하지만 MB정권 하에서 태연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史實)에 기막힐 따름이다. 세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느낌이다.

문제는 보수정권 하에서 보수신문들은 특정 이슈에 대해 정론을 도외시한 채, 물을 만난 고기처럼 매카시즘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매체들은 북한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마녀사냥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를 통독할 필요도 없이 제목부터 특정 세력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보수 언론들은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북한 때리기를 통해 ‘북풍여론’을 몰고 갔다. 하지만 처참하게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공격대상만 보이면 거침없이 할퀴고 있다. 참여연대 서한과 관련해 조·중·동은 사설과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나라 먹칠을 했고 북한을 이롭게 했다”며 국가보안법마저 끄집어내고 있다.

“정부 발표 가운데 이런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이적행위인가? 보수언론은 진정 천안함과 관련한 정부 발표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가? 격한 감정에서 벗어나 냉정해지길 바란다.

서민을 위한다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고문사태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보길 바란다.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있지 않은지, 언론권력의 오만에 파묻혀 있지 않은지 반성해보길 바란다. 이제 특정 언론이 의제설정을 해서 사회여론을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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