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언론정책을 쇄신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2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가 쇄신이라면서 수석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조직개편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청와대의 쇄신에 대해 흘러나오는 얘기들 가운데 주목할 점은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인적 쇄신의 상징으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여권에서조차 심지어 이동관 전 수석의 교체 없는 쇄신은 쇄신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는 여권 내에서조차 이뤄지고 있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야말로 그동안 청와대의 언론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동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동관 전 수석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전달해 물의를 일으켰다.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일부 더하거나 빼고, 윤색해 전달하는 행위를 뜻하는 ‘마사지’라는 신종 용어도 이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비판이라도 받을 경우엔 언론인과 스님, 네티즌을 막론하고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이들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 결과 국민들에게 청와대는 뭔가 불투명한 곳으로 비쳐지게 됐다. 많은 국민들은 청와대의 설명을 석연찮게 생각했다. 청와대가 솔직하지 않고, 사실이라는 말의 그늘에 또 다른 진실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국민에게도, 청와대에도 불행한 일이었다.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만 전달하겠다는 청와대의 철학은 언론 장악으로 구현됐다.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위해 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반대했던 언론인들이 지난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대 규모로 무자비하게 해고되고, 중징계 당했다. 또 다른 쪽으로는 종합편성채널 허가라는 ‘당근’을 흔들며 조·중·동을 비롯한 대형 신문사들을 길들이는 믿기 어려운 언론정책을 이 정부는 실행해 왔다. 언론인들과 가족들의 생계를 볼모로 삼아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수준에서 언론을 대해 온 것이다.

이동관 전 수석은 청와대를 떠나면서, 허장강이나 박노식처럼 자신이 나서서 악역을 맡았을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비틀고 언론을 장악했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악역의 존재를 필요로 했던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악역을 필요로 하고, 누군가가 악역을 하는 사이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사라졌고, 감시받지 않는 정권은 그늘에서 문제를 키워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곪아온 문제는 영포라인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의 정권 말기적인 모습으로 점차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언론 장악은 정권에도 결코 이롭지 않았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편 이후 첫 수석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통을 강조했다고 한다. 내 얘기만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도 경청하는 것이 소통이다. 청와대는 이번 인적쇄신과 홍보수석 교체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언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 집권 반환점을 돌아선 이명박 정부가 지금부터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언론의 비판을 혁신과 개선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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