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추진 중단하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KBS 이사회가 1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한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현행 2천5백원인 수신료를 최대 4천6백원으로 두 배 가까이 인상하는 안을 강행 처리할 움직임이다.

우리는 KBS의 수신료 인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그 이유는 첫째,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의 공영성은 크게 후퇴했고, 방송의 공정성도 크게 훼손됐다. 이병순 사장에 이어 현 김인규 사장 체제 아래에서도 줄기차게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폐지 또는 축소시키고,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KBS 교향악단 관련 부서장들의 추문과 안전관리팀 비리 은폐 의혹, 뉴라이트 이념을 설파하기 위한 이승만 특집 다큐멘터리 준비 등 공영성 상실과 정권 코드 맞추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08년 8월 정연주 전 사장을 강제로 퇴진시킨 이후 KBS의 대국민 신뢰도는 기존 1위에서 2위, 3위로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둘째, 수신료 인상분이 엉뚱한 곳에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는 준조세다.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은 세금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상된 수신료가 과연 어디에 쓰일까.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KBS의 수신료 인상은 7천억~8천억원 규모의 광고가 민간시장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고, 이는 미디어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산업의 변화는 방통위가 추진 중인 종합편성채널을 의미한다. 따라서 KBS 수신료 인상이 방송의 공영성 강화와 시청자를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엉뚱하게도 보수, 족벌 언론사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편성 채널에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 KBS에 시급한 문제는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회사의 정상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7월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29일이나 치열한 투쟁을 펼쳤다. 그러나 KBS 사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008년 8월 들어선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도 많은 직원들이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원상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열린 KBS 이사회에서도 수신료 인상의 선행조건인 KBS 정상화’에 대해선 약식 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KBS 경영진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넷째,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다. 민심은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시민들의 반발 배경에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이미 상당수 시민들은 수신료 인상 반대를 넘어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으로까지 벼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 사이에 ‘수신료 납부하지 않는 방법’이 퍼지고 있다. 수신료가 전기료에 합산돼 고지되는 것이지만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우리 국민들은 24년 전인 1986년, 전두환 정권의 ‘땡전뉴스’에 항의해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을 벌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미 지난 6월 전국 5백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KBS 수신료 인상 저지 범국민행동’을 결성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KBS 수신료가 인상된다면 24년 전보다 훨씬 더 큰 범국민 거부 운동이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 KBS 여당측 이사들은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당장 수신료 인상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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