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김재철사장은 '4대강의 진실'이 두려운가?

[우리의 주장]편집위원회

그들은 광주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전두환 정권은 피에 물든 광주를 “북의 지령을 받은 폭도들의 소요 때문”이라고 했다. ‘광주’는 언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이자 금기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법. 광주의 진실이 텔레비전 화면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의 노래’라는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20여년 전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때 일이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이 몹시 두려운가 보다. 4대강을 개발해야 가뭄과 홍수를 막고, 수질도 좋아진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정말 그런가 하고 언론이 검증에 나섰다. 그런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있다. ‘4대강의 진실’은 텔레비전 화면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로 당선됐다는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4대강은 방송이 다뤄서는 안될 성역이자 금기인가 보다. 지난 8월17일 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방송을 불과 2시간 앞두고 갑자기 불방됐다. MBC 노조와 시민단체는 다음날, 불방을 결정한 김재철 MBC 사장과 이사회를 규탄했다. 청와대 외압 의혹까지 나왔다. 여름의 끝자락에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 겨울의 첫 자락에 장소를 KBS로 옮겨 재연됐다.

KBS 추적60분의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이 방송 하루를 앞둔 지난 12월7일 갑자기 불방 결정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제작진, 시민단체 등은 김인규 KBS 사장을 강력히 비난했다. 역시 이번에도 청와대 외압 의혹까지 불거졌다. 12월7일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날이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3년차 막내 PD가 “입사 이래 KBS에서 반상식적인 일을 참 많이 겪었지만 이번 불방은 가장 폭력적인 것”이라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측은 불방을 결정한 이유로 4대강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방송심의 규정을 들이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방송의 어떤 내용이 영향을 미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라면 언론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4대강 검증’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기자는 양심에 따라 진실을 추적하고, 판사는 양심에 따라 법 잣대를 적용하면 된다. 판사에게 영향을 줄 만한 보도라면 엄청난 팩트를 발굴한 특종 보도가 아니겠는가. 그럼 상을 줘야지 왜 스스로 방송조차 막는가.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방송이다. 그래서 수신료도 내는 것이다. 제작진에 재갈을 물리고도, 시청자의 두 눈을 가리고도 공영방송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입 바른 소리를 한 언론인에 대한 무더기 해직, 민간인에 대한 전방위 사찰,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방송 불허 결정….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은 어제도 오늘도 쉼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아름다운 일이 생기고, 권력에 눈이 멀면 더러운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 현 정권의 추악한 꼴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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