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선정 여론다양성 우려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국내 미디어 업계의 지형을 바꾸는 종합편성(종편)-보도채널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예측한 대로 종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보도는 연합뉴스가 선정됐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시에스티브이(조선일보), ㈜제이티비씨(중앙일보), ㈜채널에이(동아), ㈜매일경제티브이(매경), ㈜연합뉴스TV(연합뉴스)이다. 이런 결과는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예견됐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는 식으로 심사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한국 미디어 업계에는 엄청난 규모의 재편이 예상되며 벌써부터 ‘미디어 빅뱅’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사업자 선정 발표를 하면서 “공익을 우선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해달라”거나 “뉴스선택권을 넓혀 여론 다양성을 제고하고 한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우리는 이런 최 위원장의 희망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최 위원장이 바라는 ‘미디어의 다양성’이 전개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번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는 보수적이고 친정부적인 목소리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한다. 기존 신문업계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보수적 신문들이 방송업계에도 진출했으니 그들의 보수적 목소리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더욱 빈번히 ‘이명박 찬가’를 듣고 보게 될 것이다. 최 위원장의 근거없는 기대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미디어의 다양성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미디어가 탄생할지도 두고봐야 한다. 현재 여러 케이블 방송업자들이 값비싼 외주제작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면 신규 사업자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새로운 사업자들을 위해 광고규제를 풀어 광고의 총량을 늘린다고 해도 기존의 공중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들이 신규사업자들을 상대로 과잉 경쟁을 벌일 것임은 눈에 보듯이 뻔하다.

우리는 종편-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이 미디어 문제인 동시에 정치적 문제라고 판단한다. 미디어업계의 판도를 새로 만든다는 점에서 미디어 문제이고, 이 땅에 진보적 목소리를 줄이고 보수적 목소리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문제다. 우리는 2011년부터 “채널은 늘어났는데 다양한 목소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언론학자 로버트 먹체즈니는 미국 미디어 업계에 대해 “미디어 회사는 점차 부자가 되는데 민주주의는 점차 가난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나아가 이번 사업자 선정은 이탈리아식의 ‘타락한 민주주의’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신문 방송 출판 광고 등 미디어의 대부분을 장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탈리아의 민주정치를 ‘연예 정치’로 타락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런 미국식, 이탈리아식 미디어-정치 현상이 이 땅에서도 실현될까 두렵다.

종편-보도채널 사업자들이 활동에 들어가는 올해는 “회사형태는 다양하지만 목소리는 다양하지 않은” 비정상적 미디어 현상이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내는 원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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