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애환이 숨 쉬는 현장에 그가 있다
'민생현장리포트'로 주목받는 MBC 남상호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1.01.12 15: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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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남상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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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화순 광업소 지하 5백50m 막장에서 MBC뉴스 남상홉니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가 새 단장한 지 두 달. 최일구 앵커의 톡톡 튀는 멘트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눈을 끄는 넉넉한 체격과 사람 좋은 미소의 젊은 기자가 있다.
가녀린 불빛이 비추는 쪽방촌에서, 굵은 땀방울로 세수를 대신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공사판에서, 88만원 세대의 고단함이 밴 이름 모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의 애환이 숨 쉬는 현장마다 남상호 기자(주말뉴스부)는 마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올해로 기자 생활 7년차를 맞는 남 기자의 ‘민생현장리포트’는 기적적으로 생환한 칠레 광산노동자들 덕분에 탄생했다. 8시 주말뉴스데스크 론칭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MBC 보도국 주말뉴스부 회의에 칠레 탄광 붕괴 소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칠레 광부들이 수십일 고립됐다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위험이 없을까? 겉핥기식으로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탄광에 들어가서 취재해 보자.”
주말뉴스 TF(태스크포스)에 합류해 “시청자들에게 한발 다가서면서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새롭고 개성있는 뉴스”를 고민하던 남 기자에게 특명이 떨어진 것은 당연했다. 수백m 지하 막장에서 광산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하며 힘차게 던진 그의 클로징 코멘트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현장에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자의 참모습을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 뒤부터 민생리포트는 남 기자의 몫이 됐다. 월급쟁이들을 파김치로 만드는 만원 출근버스에도 올라탔다. 스타들의 금메달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경기대회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 현장에서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약자들의 낮은 목소리는 그의 리포트를 통해 세상에 울려 퍼졌다.
“막장은 난생 처음 가보는 곳이라 정말 긴장했습니다. 장애인 선수 훈련 동참은 비장애인과 뭔가 다를 거라는 편견을 깬 기회였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배울 것도 많고 보람도 있는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서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들이 가슴속에 새겨놓은 말 못할 사연이 한두 가지일까. 쪽방촌 취재 때는 카메라가 돌아가자 주민들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마지막 날엔 밤새 같이 이야기꽃을 피울 정도로 남 기자는 정겨운 동생이 됐다. 처음에는 거북해하던 노동자들의 장벽도 함께 고생한 시간만큼 녹아내렸다. “안 되면 다시 찾아갔고 더 땀을 흘렸거든요. 그러면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지금까지 그가 만난 우리 이웃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명절에 격려 한마디 듣기 어려운 택배 노동자, 음지의 그라운드를 지키는 프로 스포츠 2군 선수 등 그의 취재수첩에 적힌 아이디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볼링 포 콜럼바인’ 같은 사회성 있는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어렵게 살면서도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겠습니다.” 남상호 기자의 ‘마이너리티’를 향한 리포트는 앞으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