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세밑한파' 봄은 언제 오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연일 영하 10도 이하를 맴도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면서 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가의 한파’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권력자들의 쏟아붓는 한파는 갈수록 거세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공을 세운 언론특보들이 잇따라 방송사 사장으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시작된 갈등으로 취재현장에 있어야 할 언론인들이 해고나 정직 등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법과 원칙’, ‘방송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방송 길들이기’로 언론인들은 마음의 상처는 물론 자긍심마저 파헤쳐졌다.

YTN 기자 해직 사태는 KBS, MBC로 이어졌다. 언론계에서는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라며 해직사태를 크게 우려했다.

무자비한 언론인 탄압의 중심에는 후배들과 수십 년간 동고동락했던 해당 언론사 출신 선배들이 있다.

KBS 공채 1기 출신인 김인규 사장은 외부매체에 G20 관련 보도를 비판하는 기고를 했다는 이유로 김용진 기자에게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MBC 김재철 사장은 자신이 기자로 있을 당시 만들어진 노사 단체협상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버렸다.

SBS노조원들은 사측의 연봉제 강행 움직임에 수백 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누가 이렇게 언론인들을 취재현장에서 몰아내고 있는가?

요즘 들어 주요 방송사 기자들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한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정의감에서 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칼바람을 맞으며 취재해도 현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는 전파를 타기도 전에 중간단계에서 소위 ‘가위질’ 당하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 가차 없이 오지로 내몰리는 현실 때문이다.

해당 방송사 사장들은 이러한 후배들의 진정어린 외침과 하소연을 들어야 한다. 그들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은 오직 최고 권력자가 아닌 후배 기자들, 나아가 직원들이어야 한다. 정권에 기대 입신을 하거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한다면 더 이상 현재의 자리마저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역사적 사명감과 언론인으로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징계하고, 순치시키는 것은 그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후배들로부터 한때나마 언론계 선배로 기억되기 위해, 또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방송 정상화와 언론자유를 위해서는 탄압의 행보를 멈추고 권력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또한 SBS 사측은 즉각 노조의 요구대로 연봉제를 철회해야 한다. 연봉제 실시는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역사는 더디게 가더라도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혹한이 가고 봄이 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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