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불고 있는 '공포통치'를 개탄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3.01 10:13:33
정권의 재신임을 받아 MBC 사장에 다시 임명됐다는 평가를 받는 김재철 사장. 그가 최근 ‘공포통치’를 시작했다는 비판이 사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MBC 사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비판적인 구성원들에 대해 가차 없는 보복성 인사 조치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C 구성원들에 따르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연임에 성공한 그는 인사고과 제도를 통해 한층 더 구성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사 측은 이미 53명에게 인사평가 최하등급인 R등급을 줬고, 앞으로 대상자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차례라도 R등급이 확정돼 기록으로 남으면 사내 연수 등 갖가지 혜택에서 배제되고, 두 차례 이상 누적되면 모종의 인사 조치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이는 사내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MBC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시각이다.
이 같은 인사고과 방식이 뚜렷한 평가기준을 갖고 있지 못해서 자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사측조차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거나, 회사의 친 권력적인 방송 행태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누구나 씻을 수 없는 낙인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MBC 내부에선 팽배하다고 한다.
김재철 사장의 지난 임기 동안 MBC의 보도와 프로그램 등의 비판 기능이 과거와 비교해 심각하게 위축된 것과 MBC 내부의 공포 분위기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정기 인사 외에 수시로 인사를 단행해 사내 여론을 막고, 회복할 수 없는 낙인을 찍는 식의 인사평가를 하는 방식이 정권의 낙점을 받아 비판보도를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권과 징계권의 남용이 비단 MBC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이 사장인 KBS에선 정부 주도 행사인 G20에 대한 지나친 홍보과잉을 지적한 기자가 정직을 당했다. 4대강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불방시킨 것에 항의하는 PD들도 줄줄이 중징계를 당했다.
우리는 공영 방송사의 언론인들에 대한 이 같은 징계남발과 공포를 이용한 ‘순치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해악에 주목한다.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고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은 적어도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일반 시민들의 입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MBC와 KBS, 두 공영 방송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터넷에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누리꾼을 기소하고, 쥐 그림을 그렸다고 시민을 수사하는 정권의 부끄러운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MB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일해왔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은 집권 2년 동안 다시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면 정권에도 비극의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