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그가 물러나야 언론이 행복해진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3년 전 최 위원장이 초대 방통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온 나라가 시끌시끌할 정도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장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방통위원장에서 빨리 물러나야 할 세 가지 이유다.

첫째 독립성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권의 입김에 흔들려서는 안될 독립적 기구다. 그런데 방통위의 수장인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캠프를 진두지휘한 ‘6인회’의 핵심 인물이며,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친구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멘토’라는 별칭까지 붙었겠는가.

그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할 때 국무총리, 국정원장, 국회의원 비례대표 상위순번 등 온갖 요직 기용설이 나올 정도로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낙찰된 자리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의 최측근을 방송정책을 관장하는 기관의 수장에 앉혀 정권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였다. 독립성 훼손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YTN 등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 투하와 기자 무더기 해직,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 MBC 경영진 교체, MBC ‘PD수첩’ 중징계, 인터넷 댓글 삭제 등 마치 나치의 히틀러와 괴벨스처럼 이명박 정권의 리모컨이 되어 척척 움직였다.

그러나 법원은 정연주 KBS 사장, 신태섭 KBS 이사, PD수첩 제작진 등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방통위의 ‘만행’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을 했다. 최 위원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참으로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특히 2008년 8월 KBS 신임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과 비밀회의에 참석한 일은 백 번 탄핵되어 마땅한 일이었지만 어물쩍 넘어갔다.

둘째 전문성 문제다. 최시중 위원장은 동양통신과 동아일보 기자,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지냈다. 이력서 어느 한 줄에도 방송이나 통신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는 3년 전 방통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이런 지적에 대해 “동양통신사에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통신도 안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가 코웃음을 산 적이 있다. 통신업계의 전문용어를 몰라 공식석상에서 낯 뜨거운 상황을 연출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최첨단 산업인 통신정책 기구의 수장이 여기자들 앞에서 “여성은 직업을 갖기보다 현모양처가 돼라”고 발언했다가 물의를 빚을 정도로 사고는 구시대적이다.

셋째 도덕성 문제다. 3년 전 인사 청문회 때 제기됐던 의혹이 무려 9가지다. 땅 투기, 위장전입, 아들 병역면제, 여론조사 결과 미 대사관에 유출, 대통령의 의회 해산과 개헌 지지 관련 보도, 문화공보부에 동아일보 동향보고 등 의혹도 백화점이다.

의혹은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은 다수의 위력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줬다. 이번 인사청문회도 큰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예금만 5억원이나 늘었고, 그의 장남은 아예 재산고지도 거부했다. 야당은 이와 함께 그의 업무 과실 등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그를 방통위원장에 재기용한 것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정권의 입맛대로 잘 움직였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조선, 중앙, 동아, 매경에 나눠준 그에게 ‘종편 먹여살리기’를 끝까지 책임지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그는 연임 발표 직후 “종합편성채널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공공의 이익보다 조·중·동 등 보수매체를 먹여 살리는 데 더 고민하고 있다.

그가 물러나야 언론이 행복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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