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방통위의 독립성을 바란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업무를 시작했다.

2008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방송통신 융합산업 발전을 위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하지만 방송 사업자의 자율성과 방송 내용의 공정성,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이 추천한 위원까지 방통위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방통위의 조직구성만 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제 성격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다른 부처와 달리 야당이 추천한 위원까지 참여해 방송과 통신정책을 결정하는 모양새를 갖췄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정부 여당 인사 3인과 야당 위원 2명으로 이뤄진 방통위는 표면적으로만 5명의 합의체 기구 형태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 위원의 독단과 독선, 특히 최시중 위원장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중요 사안들이 일사천리로 결정되는 기형적인 독임제 기구로 전락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자신이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인물이다. 그는 방통위 출범 당시 인사 청문회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에 대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을 설득해서라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는 지난 3년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커녕 방송사 장악과 언론인 강제 해직 등 방송 길들이기의 수장 노릇을 하는 데 그쳤다.

자신이 스스로 대통령을 만든 인물이라고 만천하에 떠들고 다닌 사람이 현 정권에 반대되는 방송정책을 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종합편성 채널이나 미디어렙 같은 정책과 관련해서 정부와 여당의 미디어법 독주를 막아내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

그는 각종 국정감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금은 방송장악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며, 또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 준다”며 매번 ‘악어의 눈물’을 보인 인물이다. 최 위원장은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행적과 행동은 방송장악 그 자체였다.

방통위 사무처 조직도 3년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민간인 신분의 구 방송위원회와 정통부 공무원이 합쳐진 조직이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고위 공무원직과 과장급 인사는 거의 정통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최 위원장은 조직의 화합을 강조했지만 그의 측근들을 무리하게 승진시키고 주요 요직에 배치한 것 외에 내세울 만한 게 없다.

1기 방통위 기자단 간사를 지냈던, 모 신문사 기자의 책에서도 밝혀졌지만, 최 위원장은 방통위 인사에서 유독 지연과 학연을 중시했다.

그런 그가 다시 MB의 재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으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게 현실이다.

방송은 한 국가의 전통이며 정체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가치이다. 그래서 자율성과 공정성,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년간의 과오를 거울삼아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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