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자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기자협회 47번째 생일인 오늘, 대한민국 기자들이 맞는 잔칫상은 결코 여유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빅뱅’을 앞두고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매체 어느 하나도 거친 파고를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말 그대로 대격변이 시시각각 언론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민영통신사 등 신규언론사의 탄생으로 기자들의 이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또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등장으로 기자들의 속보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자들의 저널리스트로서 자존감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 점차 샐러리맨화되고 있으며, 점차 기능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기자 사회의 현실은 기자협회가 창립47주년을 맞아 회원 4백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자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이직을 고려한 적 있다’고 응답, 전년에 비해 8.7%포인트 높아진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현재 급여에 대한 기자들의 불만족은 상당히 높은 비율(62.3%)로 유지되고 있다. 1년 전에는 응답자 69%가 ‘박봉 기자’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박봉에 대한 불만족은 10년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식솔을 둔 가장으로서 생활에 위협을 느끼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봉급에 만족한다는 기자는 작년에 비해 조금 높아졌지만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자다’라며 만족하는 비율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기자직 만족도는 작년보다 조금 줄었지만 77%에 달했다. 직급별로는 평기자(81.3%)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기자 초년병의 ‘전통적인’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박봉에도 나는 기자다’ 정신은 47년 전 한국기자협회가 창립될 때를 새삼스레 상기시킨다. 기자협회는 당시 군사정권이 추진하던 비민주적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 저지를 위한 투쟁의 구심체로 창립됐다. 언론자유 수호, 기자 자질향상, 기자권익 옹호, 국제교류 강화, 조국의 평화통일 등의 5대 강령을 표방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후 “자유언론 수호를 위한 행동강령”(1971) 제정을 시작으로 “언론자유 수호결의”(1973), “자유언론 실천선언”(1974)을 잇따라 채택하며 정권의 언론 탄압에 분연히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고초를 겪기도 했다.

기자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든 언론환경을 헤쳐 나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자본의 압박에다 복지는 열악하지만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역할은 결코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 내부의 문제와 모순을 제거해 진정한 민주언론을 구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온갖 어려움은 우리 스스로의 힘을 키울 때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자협회 회원들이 단합할 때 회원사마다 힘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자다’는 제목이 기자협회 생일마다 연례적으로 회보에 올라올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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