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수사' 선정보도 지나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9.06 09:18:16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직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매수 의혹을 둘러싼 수사 보도가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기울고 있다. 국내 언론은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패배 이후 곽노현 교육감의 선거과정을 둘러싸고 우파 언론과 좌파 언론, 우파 세력과 좌파 세력의 대리전을 앞장서서 수행하는 듯하다.
아무리 선거재판의 시효 때문이라 해도 검찰은 오 시장의 패퇴 직후부터 제보를 받은 사항을 근거로 이미 박명기 후보를 구속한 데 이어 곽 교육감의 측근 인사들을 상대로 하나둘씩 거의 모두를 불러 조사했고 마침내 5일 곽 교육감을 소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 측, 박명기 교수 측, 곽 교육감 측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현재 서로 상당 부분 엇갈리고 있다. 이런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언론은 어느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사화할 것인가에 의해 그 언론의 편집방향을 드러내고 있다. 인용하고 싶은 측의 발언을 인용해 사건을 언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상충하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선일보 등 보수 측 언론들은 매우 강한 어조로 이 사건을 “보수세력 대 진보세력의 한 판 세 대결”이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곽 교육감이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박명기 후보에게 돈을 건네는 문제에 절대적으로 반대했다는 일부 진보 측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보수신문들은 이 같은 사실에는 눈을 꼭 감은 채 곽 교육감을 옭아매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는 검찰의 흘리기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보수신문들은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시위, 반값등록금 요구시위, 한진중공업 문제를 위한 희망버스 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 등을 모두 엮어 좌파가 이런 시위에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먹거리 문제인 미국 소고기 반대, 생활고와 연결된 반값등록금 시위, 정리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인 한진중공업 문제, 평화를 논의하는 해군기지 반대가 왜 모두 좌파로 묶는지 이들의 논조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가 북한측과 접촉했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도대체 이번 곽노현 사건에서 왜 좌우의 대결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일반 서민들이 물가고에 시달리고 막중한 가계부채에 허덕이는데도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펴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지는 못하면서 진보세력을 뭉뚱그려 비판하는 보수 언론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언론은 흔히 법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를 마구 뒤섞어 정치적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과정에서 진보 언론도 성급하게 곽노현의 퇴진을 요구했다.
현재의 보도상황을 보면 곽노현 사건에 있어 우리 언론은 보수-진보와는 무관하게 성급하고 감정적이며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그들의 입맛에 의해 이미 곽노현에 대한 판결을 거의 끝냈다.
곽 교육감의 검찰출두를 계기로 이 사건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그가 박명기 측에 넘겨준 ‘2억원’의 대가성을 놓고 향후 지루한 법률 공방이 진행될 전망이다.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드러나는 곽노현의 양심과 진심은 그래도 덜 타락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은 그의 유죄성을 판단하기 이른 듯하다.
언론은 성급하게 앞서 나가지 말아야 한다. 하나하나 양측의 얘기를 균형있게 들어가면서 사실 위주로 이 사건을 보도해야 한다. 선정적인 보도는 스스로 언론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다. 이제 한국 언론도 이제 수사기사에서 ‘소설’ 쓰기를 중단할 때가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