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여당이 선거에 패배한다면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0.26 13:38:15
국내에서의 선거는 항상 여당에 유리하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음란물을 차단하거나 명예훼손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앞장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심의강화 조치를 취하려 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검찰은 SNS 심의강화 조치를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적용한다고 밝혔고,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 같은 SNS 심의강화 조치를 적용한다. SNS를 통한 소통을 ‘검열’하고 ‘심의’하겠다는 조치는 검찰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가세해 거의 범정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때마침 박빙의 치열한 서울시장 선거를 수일 앞두고 KBS는 22일 1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동원된 가운데 수십억원을 들여 MB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 완공을 축하하는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를 특별 생방송으로 홍보해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적 외풍을 막겠다”며 취임한 김인규 사장의 호언장담이 무색했다. 김재철 사장의 MBC도 최근 서울시장 선거전을 보도하면서 여당후보를 더욱 유리하게 보도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등 일찍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억제하고 있다.
여러 해 전부터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선거공영화의 원칙에 따라 선거자금의 살포는 현격하게 줄었고, 그 대신 언론을 통한 토론 등으로 선거문화가 현재 거의 정착단계에 와 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20~30대 젊은 층은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소통하며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SNS소통에 대한 총공세를 펴는 것은 자칫 젊은 층의 정치적 소통과 정치적 참여를 저해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니, 차라리 정부와 여당은 젊은 층의 정치 참여가 낮은 것을 절실하게 원하는 듯하다.
서울시장 선거,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정치행사를 앞두고 왜 검찰은 ‘선거전담 부장검사회의’를 통해 SNS를 이용한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왜 방통심의위는 SNS 전담 심의부서를 신설하겠다고 했을까. 흑색선전을 적발하고 선거판의 과열과 혼탁을 막고 명예훼손을 막겠다고 하는 그들의 공언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가.
SNS는 아랍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 대지진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고 국내에서는 작년 지방선거, 올해 4·27 재보선, 얼마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이들 선거에서 SNS는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함으로써 집권 여당에 패배를 안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계를 보면 중장년층이 한나라당에 투표한 데 비해 젊은 층은 두드러지게 야당지지 성향을 보였다.
SNS소통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전체 투표율이 높아지고 나아가 야당이 유리해진다는 통계를 감안한다면 정부의 SNS 심의강화는 공언된 명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정치소통과 정치참여를 막으려는 의도 외에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정부와 여당은 현재 막강한 보수매체들의 여당후보 지원을 얻는 것을 비롯해 두 공영방송의 여당후보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것으로도 불안한지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까지 막으려 하고 있다. 서울시장선거, 총선,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MB정부의 의도는 우리가 앞서 있는 정보통신(IT)영역의 발전까지 가로막으려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토록 젊은 층의 선거참여가 두려운가? 그리고 이런 전방위적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만약 여당후보가 패배한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엄청난 실정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