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보도, 자율규제냐 타율규제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빈촌의 쪽방집을 방문하고, 부시장을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서울시정 업무에 착수했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가 끝난 현 시점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보도 중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중요한 주장을 제기하려 한다. 서울시장 등 여러 곳의 재보선의 승패가 결정됐지만 국내언론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는 개선될 여지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언론은 흠결 많은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1면에 스트레이트 기사로 싣는 등 너무도 단정적으로, 그리고 중요한 기사로 보도하고 있어 문제다. 이웃나라 일본의 신문들만 해도 여론조사 보도를 1면에 싣는 것을 자제할 뿐 아니라 보도 문체를 보아도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그만큼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결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치 여론조사는 설문조사를 통한 조사과정에서도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의도된 보도로 인해 왜곡된 여론 현황을 수용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도 여러 신문과 방송이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 중 누가 유리한지를 놓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있는 시한인 10월 19일 자정 이전까지 나온 것이지만 유선전화 임의선택방식(RDD)을 사용한 국민일보와 중앙일보가 나경원 후보의 우세를 예측해 ‘오보를 냈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가입자를 상대로 동시에 조사한 YTN, 서울신문, 조선일보가 박원순 후보의 유세를 예측해 ‘오보를 모면했다.’

이번 여론조사 보도가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 보도보다는 정확성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 있게’ 보도할 처지가 아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16~19%포인트의 표차를 예측했으나 투표결과는 한명숙 후보(46.8%)가 오세훈 후보(47.4%)보다 불과 0.6%포인트 낮게 나왔을 뿐이었다. 한명숙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 바람에 졌다”며 아쉬워할 정도였다고 한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예측보도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엄기영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도하는 등 큰 오보를 냈으며,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친 총선결과 예측보도에서도 오보를 반복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교수의 막판 지원 등 극적인 요소로 인해 오보를 낼 수도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향후 국내언론의 여론조사 보도에는 언론사들이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더욱 신중한 보도를 하거나 언론사가 이것을 하지 못할 경우 외부기관의 규제에 의한 ‘조심스러운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언론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지 않는 ‘숨은 표’ 때문에 예측보도가 틀릴 수도 있다고 핑계를 대거나 정당화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향후 국내언론이 자율적으로 여론조사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관계기관이 적절한 수준의 규제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언론의 선거예측 오보는 언론 스스로의 신뢰를 갉아먹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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