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스펙보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기자 되고 싶어"

한경 '나는 기자다'1기 윤희은 기자…"'나기자' 채용방식 확산되길"


   
 
  ▲ 윤희은 기자  
 
“‘나기자’ 2기가 생기게 1기가 잘 해야죠.” 한국경제 수습 윤희은 기자의 새해 목표는 간단명료했다. 자신을 기자로 만들어준 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가 앞으로도 계속되도록 지키는 것이다.

1기에 대한 평가가 2기 탄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두렵기도 하다. 회사와 선배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 채용형식 파괴의 바로미터가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설렌다. 긴장감도 뻗쳐온다. 스스로를 위해서나, ‘제2의 윤희은’을 꿈꾸는 많은 지망생들을 위해서나 특별한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추계예대 출신 일간지 기자는 아마 제가 처음이겠죠.” 윤 기자는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문학소녀의 선택이었다. 친구들이 다 그렇듯 학교를 다니던 4년 내내 등단을 목표로 죽어라 문학을 공부하고 습작을 했다. 그쪽도 기자시험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해 윤 기자는 결국 등단을 못하고 백수가 됐다. 설혹 시간을 더 투자하고 도전해 등단을 해도 먹고살기 힘든 현실이 어깨를 짓눌렀다. 세상에 던져지면서 꿈보다 밥벌이가 먼저라는 것을 저절로 깨달았다. “그래. 그럼 같은 글쟁이, 기자가 되자.”

2010년 2월 졸업과 함께 윤 기자는 기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추계예대 출신 현직기자도, 지망생도 주위에 없었다. 문화예술계면 모를까 언론계에서 추계예대의 존재감은 전무했다. 그렇다고 영어점수가 뛰어나거나 다른 자격증이 있어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심하고 나서긴 했는데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처지였다. 학벌에 스펙까지 언론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모자랐다. 지금 돌이켜봐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당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윤 기자는 “솔직히 기업체나 공무원 취업은 어디 쉽나요. 글 쓰던 저에겐 그래도 기자 준비가 유리했어요”라고 설명했다.

2년 동안 수없이 좌절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유력 언론사에는 서류도 통과하지 못했다. 소위 명문대가 아니면 합격하기 힘든 현실에서 예측가능한 결과였다. 심지어 학벌의 벽은 스터디그룹까지 미쳤다. “스터디그룹에 가 봐도 다 명문대 출신들이라 먼저 주눅부터 들고 끼기도 쉽지 않았어요.”

떨어지고 또 떨어지다가 2010년 한 신문사에서 3개월 동안 인턴을 했다. 2011년에도 심기일전해 도전했지만 낙방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실력은 늘어 한 작은 신문사에 합격하기도 했고, 한 일간지에는 최종면접까지 올랐다가 떨어졌다.

그즈음 한경의 ‘나는 기자다’ 공고가 떴다. 학벌과 스펙을 보지 않고 오직 기사쓰기 능력만으로 기자를 뽑는다고 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인가. 하지만 지망생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스펙을 안 본다고 했지만 다들 설마 하며 코웃음을 쳤다. 윤 기자는 “저도 반신반의했어요. 본선 진출자에게 주는 태블릿PC가 탐이 나서 지원했죠. 밑져야 본전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이 진행되면서 윤 기자는 진짜 스펙을 안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선 진출자들의 기사가 공개되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올라갈 만한 사람이 올라간다는 것도 알았죠.”

나기자에서 윤 기자는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예선에선 강남에 가짜 성형외과 전문의가 판친다는 내용의 고발기사를 썼다. 본선에서도 대학의 심리상담사 부족 문제, 다문화 대안학교, 대행 아르바이트 실태를 다룬 기사로 호평을 받았다. 단 한 번의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한경의 한 기자는 “나기자에서 중요시한 것은 스토리텔링 능력이었고, 윤 기자는 문학도여서 그런지 이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4년 문학공부가 헛공부가 아니었던 셈이다.

윤 기자는 스스로는 나기자를 어떻게 평가할까. “매 단계마다 소재를 찾고 기사를 쓰면서 기자란 무엇일까, 나는 진짜 기자를 원하는지 질문하고 답을 찾았어요. 탈락자나 합격자나 경연이 끝난 후 모두 이 과정을 결과보다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으니 나기자는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윤 기자는 나기자처럼 학력과 스펙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방식의 채용이 다른 언론사로도 확산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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