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독립성·철학 '3無' 방통위 4년
[언론다시보기] 김보라미 변호사
김보라미 변호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2.01 17: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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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미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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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방송과 통신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제해 왔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취지는 어디로 갔는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방송을 장악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임기가 남아 있는 방송사 사장들에게 갖은 술수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자행된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악의적인 기소는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까지 됐다. 그리고 YTN의 낙하산 사장을 막겠다며 일어섰던 해직기자들은 아직까지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정권 초기의 이러한 방송장악 움직임에 적극 동조하면서 정치편향성을 내보였으며, 동시에 종편출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만 매달리는 통에 시장에서 신뢰와 리더십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미디어산업의 전문적인 정책논의는 실종되었고, 방송통신융합시대에 필요한 규제완화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기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곳에서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이는 최근의 지상파 재전송 분쟁 과정에서도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통신 이슈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정책방향이 결정되기 일쑤였다. 이 정권 출범 초기의 인터넷상의 표현들에 예민하게 대응하던 적대적인 태도에 발맞춰 방통위는 일반 시민들의 표현들에도 통제의 칼날을 들이대곤 했다. 헌법재판소가 허위의 통신을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을 위헌 판결한 이후에도 방통위는 “정부기관이 허위라고 신고한 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을 만든다”고 발표하는 등 위헌적인 정책구상을 거칠 것 없이 공개하곤 했다.
수년간 폐해만이 노정된 인터넷 실명제는 각종 논란만 야기한 채 아직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는 거대통신사와 이용자 사이에서 이용자의 이익보다는 기업 편에서 결정을 내려왔다. 감사원은 KT의 몰래정액제와 관련해 방통위의 이통사 감독규제가 허술했음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용자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최근 KT의 2G종료 등 정책 결정 역시 세간의 비난이 되기도 했다.
방통위 출범 4년차인 2012년. MBC ‘뉴스데스크’는 파행적인 방송을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시민들은 듣고 싶은 정보를 주지 않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나는 꼼수다’ 같은 대안미디어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의 이해관계 추구 속에서 이용자들은 그들만의 뉴스유통채널을 발견하고 시험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디바이스와 커뮤니케이션 툴의 발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맞춤형 방송들을 두고 방통위는 SNS규제라는 또 다른 희한한 논의를 시작했다.
방통위의 파행적이고 철학없는 정책들의 문제점은 최근 최시중 전 위원장과 얽혀 있는 로비 등의 의혹에서 간접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방통위가 전문성, 정치적 독립성, 정책철학의 부재와 더불어 도덕적으로도 비난받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처음부터 방송과 통신에 문외한인 사람이 위원장을 맡은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방통위 제도는 변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이 진흥과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현재 이용자들의 즐거운 미디어 환경을 방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좀더 방송통신의 융합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규제에 대한 철학, 그리고 사회적인 신뢰를 받는 사람들이 위원회의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이러한 변화에 대한 모든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 시스템 문제로 미디어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