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윤전기' 인터넷에 눈을 돌리자

[언론다시보기]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21세기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는 ‘디지털 윤전기’와 같다.
윤전기를 통해 종이 신문을 발행하듯이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비롯해 스마트폰용 뉴스앱(News App), 태블릿용 뉴스앱을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또 차세대 TV인 스마트TV용 뉴스앱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작동된다.

1990년대 초반에 언론사들은 인터넷 웹 기술을 수용하여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중화되면서 이른바 뉴스 앱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점 때문에 다수의 언론인들이 온라인 사이트와 앱을 별개의 디지털 미디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앱 또는 웹앱(Web App) 등 스마트 디바이스용 디지털 미디어는 모두 인터넷 웹기술에 뿌리를 둔 응용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언론사에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은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국내 언론계의 전반적인 인식과 투자는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 플랫폼 관련 기술과 인력에 제대로 투자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언론계 전체 상황이 나빠지면서 개별 언론사의 디지털 투자 여력마저 소진되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언론사의 인터넷 플랫폼이 기술적 진화를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멈춘 점이다. 더 좋은 품질의 신문을 인쇄하기 위해 윤전기를 업그레이드하듯이 디지털 뉴스 향상을 위해 인터넷 플랫폼을 갈고닦으면서 진화시켜야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언론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하거나 신기술을 실험하는 등 국내 인터넷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런 리더십을 포털에 완전히 넘겨주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특히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등장한 이후 각 언론사들은 자체 플랫폼 혁신을 거의 포기한 채 개별 기사 트래픽 증가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는 개별 언론사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의 60~80%가량이 뉴스캐스트를 통해 유입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실제 낚시성 제목달기, 타사 기사 베끼기 등 ‘뉴스캐스트 증후군’이 언론계 현장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다. 심지어 네이버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체 개발 건은 아예 입 밖에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디지털 윤전기에 대한 투자 부실의 폐해는 ‘N스크린’에 대한 대응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이 상륙하자 언론사들은 스마트폰 뉴스앱 등 ‘N스크린 뉴스 개발 경쟁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운영체제(OS)와 스크린 해상도에 따라 뉴스앱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고 수익은 시원찮은, 이중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는 각종 N스크린을 빚어내는 디지털 윤전기에 선행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윤전기에 대한 모범 투자 사례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볼 수 있다. FT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료 모델을 인터넷 플랫폼에 정교하게 도입했다. 이어 N스크린 시대가 열리자 인터넷 플랫폼을 그대로 스마트 디바이스에 적용시키는 웹앱(Web App) 전략으로 개발비와 운영비를 크게 아꼈다.

N스크린시대에 인터넷플랫폼은 모든 뉴스매체의 심장이자 허브역할을 한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뉴스 재료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먼저 수렴된 다음 개별 스크린에 맞게 패키징되어 서비스될 것이다.

종이 신문 역시 인터넷 플랫폼이 빚어내는 N스크린의 일부가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선 종이신문제작-후 인터넷 서비스’ 모델이 기술 진화 덕분에 거꾸로 바뀌는 것이다.

이제라도 언론계 리더들은 인터넷에 대한 인식을 ‘종이’ 중심에서 ‘윤전기’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 만약 10여 년 전에 언론계 리더들이 인터넷을 미래의 윤전기라고 인식했더라면 이렇게 포털에 맥없이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맨 위로